​[피터팬 중견기업 ①] “성장하기 싫어요”…규제 문턱에 선 중견사

2019-05-13 06:00

국내 중견기업들이 덩치가 커지면 혜택이 사라져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증후군’에 빠졌다.

중견기업계는 자산가치 5조원에 육박한 기업들이 ‘퀀텀점프(사업 구조 혁신으로 단기간에 크게 성장하는 것)’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지만, 각종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진행한 ‘중견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중견기업들은 외형확장에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견기업(2017년 기준)의 97.2%는 인수합병(M&A)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설비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은 지난 2017년 38.1%에서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올해는 42.9%의 중견기업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규제 문턱에 서 있는 중견기업은 세금과 회계감사 등 전 분야에 걸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성장을 억제 중이다. 35년 된 공구제조업체 관계자는 “외국 바이어들은 우리나라 규제를 보고 놀란다”며 “(기업의) 몸집이 커지면 정부지원은 사라지고, 규제는 오히려 촘촘해진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자산 규모가 5조를 넘어서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비상장사 주요사항이나 주식 소유 현황,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의무 공시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 등도 제한된다. 자산 규모 10조 이상으로 성장하면 상호출자제한과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 등도 금지된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4차산업혁명이 오면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며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체 연구개발(R&D)로만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는 사전적 규제로 기업 투자가 제한적”이라며 “급변하는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사후적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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