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손발 묶었던 '차이니스 월' 낮춘다

2019-05-09 15:47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 사장단과 만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사진=서호원 기자]


"증권사가 일을 벌일 수조차 없게 막아온 규제를 풀겠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주요 증권사 사장단과 만났다. 그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사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과도한 사전적 규제를 사후적 규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엄두를 낼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이 많았다는 것이다.

◆손발 묶었던 '차이니스 월' 낮춘다

가장 먼저 '차이니스 월(정보교류 차단)'을 꼽았다. 부당한 내부자거래를 막으려고 이를 도입했지만, 목적 이상으로 규제하는 바람에 손발을 꽁꽁 묶어왔다는 것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차이니스 월을 회사 규모나 업무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해 자율성을 떨어뜨렸다"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놓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차이니스 월을 적용하는 방식을 '업무단위'에서 '정보단위'로 바꾸기로 했다. 차단할 가치가 있는 정보만 차이니스 월을 통해 주고받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미공개 중요 정보나 고객 자산운용 정보가 여기에 해당한다.

관련법령도 필수 원칙만 제시하기로 했다. 세부사항은 회사 자율에 맡긴다는 얘기다. 인적교류 금지나 물리적 차단 의무와 같은 형식 규제는 법령에서 뺀다. 사외 차이니스 월도 사내 규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계열사 임직원 겸직 제한은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완화한다.

◆3자에 업무 위탁도 쉬워진다

금융투자사가 3자에 업무를 위탁하는 것도 쉬워진다. 예를 들면 증권사는 앞으로 외부 정보기술(IT) 기업에 매매주문 접수나 전달, 집행, 확인 업무를 맡길 수 있다.

지정대리인 제도를 바탕으로 금융투자사가 영위하는 본질 업무도 IT 기업에 위탁할 수 있게 바꾼다. 업무위탁이나 겸영·부수업무에 대한 사전보고 원칙도 사후보고로 전환한다.

최종구 위원장은 "후선업무부터 트레이딩, 자산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핀테크(금융+기술)를 활용하고 있다"며 "회사 간 전략적 제휴와 전문영역 특화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기술을 활용하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 접점도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 인·허가와 건전성 규제도 순차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건전성 규제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유지 의무다. 최종구 위원장은 "NCR이 투자대상 다변화를 막을 뿐 아니라 위험관리 역량도 떨어뜨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위험 측정과 관리라는 규제 취지만 살릴 수 있게 관련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금투협은 내부통제혁신위 개편

금융투자협회도 이런 변화에 맞추어 제 역할을 다한다. 먼저 금융투자사 내부통제 혁신위원회를 개편하기로 했다. 권용원 금투협회장은 "회원사끼리 사례를 공유하고 금융위·금융감독원과 협의할 것"이라며 "금융투자사 내부통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과제를 빠르게 도입하고 실시하기 위해 회원사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는 모험자본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권용원 회장은 "금융위가 내놓은 혁신과제는 자본시장 안에서 모험자본 공급을 촉진할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취지에 맞게 사후 규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혁신금융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힘주어 얘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과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이현 키움증권 사장이 참석했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부회장도 이 자리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