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터 넥스트 10년] <1> 롯데컬처웍스, 2020년 매출 1조원 시대 연다…‘키’는 다양성 그리고 베트남②

2019-05-08 15:17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머리색부터 언어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른 '별에서 온 그대'를 문화로 사로잡게 되리라고.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소년·소녀들을 춤추게 했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송 커플은 모든 '아이템'을 완판 시켰으며,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는 할리우드에 견줄 법한 CG 기술과 한국적 감성으로 K-무비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렇듯 음악,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타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이러한 한류의 중심에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미리 깨친 한국 엔터사들이 있었다.

아주경제는 문화강국을 이끄는 주역, 엔터사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고 미래 비전을 분석하고자 한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엔터산업을 위한 '투자 가이드', 이른바 <한국 엔터 넥스트 10년>이다.
 

롯데시네마 롯데월드타워 지점 전경.[사진=롯데시네마]


롯데그룹의 영화 등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컬처웍스는 ‘다양성’을 앞세워 매출 1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각종 콘텐츠 사업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내년까지 매출 1조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내년에 안정적으로 증권시장에 입성한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신과 함께’ 시리즈의 성공으로 15년 만에 영화 관객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17.1%로, 롯데컬처웍스는 작년 한 해 극장을 방문한 100명 중 17명에게 선택받았다.

영화사가 투자하는 작품 하나의 무게감은 일반 제조기업의 주력 제품과 비견된다. 영화 배급사가 작품을 내놓는 것은 마치 삼성전자에서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롯데컬처웍스가 점유율 1위를 했다는 것은 작품이 그만큼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는 뜻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신과 함께’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완벽한 타인 등 배급한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들은 전체 매출액(작년 774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먼저 △‘신과 함께-인과 연’은 1026억원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558억원 △‘신과 함께-죄와 벌’ 473억원(2018년 1월 이후 분만) △‘완벽한 타인’은 4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편이 무려 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작년 롯데컬처웍스 실적을 견인했다.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부사장)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롯데시네마]


◆차원천 대표의 ‘다양성 경영’

작년에는 ‘신과 함께’가 대박을 치면서 롯데컬처웍스가 성공했지만, 국내 시장만으로는 1조원 매출 달성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롯데컬처웍스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영화는 대형부터 중소형까지 다양하게 배급하고 있다. 또한 영화뿐 아니라 뮤지컬, 공연, 드라마까지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통해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영화 전문가가 아닌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의 경력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시작해 롯데호텔 경영관리 본부, 그룹 정책본부 등을 거친 차 대표는 재무전문가다. 이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롯데컬처웍스의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수익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 대표는 “콘텐츠가 관객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직원들에게 자주 이야기했다”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작, 트렌드에 맞는 중간 규모의 장르 영화, 50억원 이하의 저예산 영화 등 관객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다양한 작품을 앞세워 올해를 내년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차 대표는 “​롯데컬처웍스는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어 내기 위해 국내외의 전 임직원이 땀을 흘리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플랫폼 확장을 통해 효과적으로 고객과 접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콘텐츠 부문 또한 투자, 제휴 강화를 통해 역량을 확대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진=롯데시네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을 통한 지속가능 성장 토대 마련

롯데컬처웍스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2008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해서 콘텐츠 사업의 씨앗을 뿌렸다. 포화 상태인 한국 영화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달리 베트남은 투자하는 만큼 신규 수익이 만들어지는 시장이다.

인구 1억명에 육박한 베트남은 2018년 한 해 영화를 본 관객 수가 4300만명에 불과하다. 인구 1명당 연간 0.5편의 영화를 본 꼴이다. 한국인이 한 해 평균 4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비교할 때 매력적인 시장이다.

베트남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한국 기업이다. CJ와 롯데는 베트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 기업의 활약으로 2011년 연 1000만명 수준이었던 연 관객 수는 매년 50% 이상 급증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42개 상영관, 187개 스크린을 운영 중인 롯데컬처웍스는 베트남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롯데는 2022년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140개 영화관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지금 1개 영화관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2023년까지 26개 영화관을 만들 전망이다.

다만 베트남 진출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영관 확대에 따라 초기 투자 비용이 많아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 베트남서 영화 한 편 가격은 3000~5000원으로 한국의 1/3 수준이라 매출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본격적인 수익 창출은 2~3년 뒤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시네마 베트남 법인은 382억원 매출액에 12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에는 1990년대부터 식품, 외식 부문이 들어갔다”라며 “현지 영화제작, 한국영화 수입, 리메이크 작품 상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 창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롯데시네마]


◆내년 증시 입성 ‘연착륙’ 목표

롯데컬처웍스는 내년 IPO(기업공개)에도 도전한다. 기업 공개를 통한 마련한 자금은 신규 시장 개척과 작품 투자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롯데컬처웍스가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상장회사인 CJ CGV와 상장을 준비 중인 메가박스다.

메가박스는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이다. 메가박스의 몸값은 시장에서 75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롯데컬처웍스도 메가박스보다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매출액 3007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쇼핑에서 분사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출액 4763억원, 영업이익 328억원을 기록했다. 연 단위로는 매출액 7700억원 수준이다.

CJ CGV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이 12배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6년 10만원대를 훌쩍 넘었던 CGV 주가는 현재 4만원 초반대(시가총액 8800억원)를 기록 중이다. 당시에는 중국 시장 확장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상장 준비를 지속해서 하되,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영화 산업의 밸류가 전반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해외 진출 성과 등을 낸 후에 평가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플랫폼과 콘텐츠 간 상호보완이 되는 선순환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며 “IPO 관련해서는 정확한 때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2017년은 롯데쇼핑 내 시네마 사업부 실적 참조[사진=롯데컬처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