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사이드]호치민 대표관광지 '벤탄시장'의 100년 역사
2019-05-08 10:44
강변 나루터에서 프랑스 식민시절 현재 위치로 이동
1988년 대대적인 보수...남문종탑부터 수백여개 상점 북적
1988년 대대적인 보수...남문종탑부터 수백여개 상점 북적
베트남 호치민(구 사이공)시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벤탄시장에 방문하기 마련이다. 벤탄시장은 시내 중심에 위치하면서 호치민시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전달하는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베트남통신(TTXVN)은 최근 벤탄시장의 100여년의 역사를 기념하고 이를 조망하는 특집기사를 냈다. 벤탄시장은 호치민시의 역사와 함께하며 여전히 호치민시 서민들의 삶을 최전선에서 대변하고 있다.
1858년 당시 사이공 요새였던 쟈딘성이 프랑스에 점령되기 전, 벤탄시장은 벽돌과 나무로 지어졌고 기와를 얹은 모습이었다. 당시 시민들은 이를 '강변을 따라 밀집한 상점거리'로 묘사했다.
시장 주변을 따라 벤응예강이 흐르고 상인들이 앞다투어 이곳을 찾으면서 수세기에 걸쳐 상권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1859년 2월 프랑스가 쟈딘성을 점령한 이후 더 이상 이전처럼 인파들로 북적거리지 않게 됐다.
1912년, 보레스(Boresse) 프랑스 총독이 구 벤탄시장에서 멀지않은 지역에 새로운 시장 부지를 선정했다. 바로 지금 벤탄시장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이후 2년의 시간이 지나고 1914년 새로운 시장이 준공됐다.
벤탄시장은 1985년 베트남 경제개혁과 함께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이뤄졌다. 벤탄시장의 상징인 남문 쪽의 종탑을 제외한 전체적인 외관, 지붕, 상점, 진열대 등이 모두 철거되고 현대적인 시장으로 변모했다.
현재 벤탄시장은 1만3056㎡ 면적에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향하는 16개의 문이 있다. 남문을 돌아서면 꽉티짱 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에는 각종 직물과 의류 상점들이 즐비하고 판보이쩌우 도로 쪽 동문에는 각종 화장품과 색색의 과자 상점들이 있다.
레탄똔 도로에서 가까운 북문은 꽃 상점들로 활기가 넘치며, 각종 열대 과일과 신선한 식품, 수입 제조식품들이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판쭈찡 도로 방면의 서문에는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신발, 미술품, 기념품들이 가득하다.
시장 내부 중심에 사방으로 수백여개의 상점들이 각종 생필품과 여행객을 위한 기념품, 의류, 비단직물, 수공예품, 도자기, 자수 상품 등을 팔고 있다.
벤탄시장은 보통 새벽 4시에 북문부터 영업을 시작하며 8~9시에 걸쳐 각 동, 서, 남쪽의 사방의 상점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한다. 이 시간 모든 상점은 동시에 각 방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는다.
시장의 각 출입구에서 시장의 중심부까지 어디나 상인들과 손님들로 넘쳐나고 빽빽한 상점들 사이로 난 좁은 통로는 흥정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상징적인 남문 종탑 정면에는 벤탄시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한다.
베트남계 미국인 도쭝끼엔 씨는 “자식들은 외국에서 자라 외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면서 ”귀국할 때마다 가족들과 벤탄시장에 꼭 들러 아이들이 베트남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베트남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비엣큐'로 불리는 베트남계 해외 동포들은 베트남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 통일전쟁 당시 사이공의 패망으로 고국을 떠나온 지 오래된 보트피플들에게 벤탄시장은 어린시절 추억이 담겨있는 그리움의 장소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시장의 상인들은 상술에 필요한 각종 외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상인들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물론 심지어 아랍어까지 구사하기도 한다.
영국인 관광객 클레멘트 씨는 “관광지역을 찾던 중 웹서핑을 통해 벤탄시장을 알게 되면서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다양한 물건 구매는 물론, 주변 관광지를 쉽게 찾아다닐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관광객들을 응대하고 고객들이 문화적 교감을 서로 나누면서 벤탄시장은 더욱 활기를 띤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호치민 벤탄시장은 이제 베트남 전역을 대표하는 시장이자 세계인들의 특별한 만남의 장소로 그 가치를 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