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 안성탕면···91세 맞은 라면 할아버지와 농심 ‘특별한 인연’

2019-05-07 17:20
망백(91세) 맞은 라면 할아버지, 48년째 농심라면으로 식사
농심, 1994년부터 안성탕면 무상 제공


안성탕면을 끓이는 박병구 할아버지[사진=농심 제공]



라면만 먹는 할아버지와 농심의 각별한 인연이 화제다.

농심은 어버이날(5월8일)을 앞두고 지난 3일 강원도 화천군 박병구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건강을 기원하는 선물을 전했다고 7일 밝혔다.

올해로 망백(望百, 91세)을 맞은 박병구 할아버지는 삼시 세끼 ‘안성탕면’만 먹어 화제가 됐다. 농심은 1994년 박 할아버지의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후 지금까지 26년째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당시 박 할아아버지가 사는 동네의 이장이었던 정화만 씨의 제보로 농심은 박 할아버지의 소식을 처음 접했다.

박 할아버지가 라면만으로 끼니를 해결하게 된 것은 젊은 시절 앓았던 장 질환 때문이다. 1972년 어느 날부터인가 어떤 음식을 먹든 토하게 됐다. 주변에서 온갖 좋은 음식과 약을 권유받아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사는 장의 통로가 좁아져 음식을 소화할 수 없는 ‘장협착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어려운 형편에 수술도 했지만, 여전히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라면을 먹었는데, 뜻밖에 편안함을 느꼈다. 라면에 눈뜬 박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농심 ‘소고기 라면’이었다. 그때부터 소고기라면만 고집하다 ‘해피라면’으로 넘어갔고, 1990년대 초반 해피라면이 단종된 이후 안성탕면까지 박 할아버지의 라면 사랑은 이어졌다.

농심이 박 할아버지에게 제공한 안성탕면은 총 900여 상자에 달한다. 지금도 화천지역을 담당하는 농심의 영업사원은 3개월마다 한 번씩 박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안성탕면 9박스를 전한다.

올해 91세가 된 박 할아버지는 여전히 다른 식사나 간식은 먹지 않고, 하루 세끼 안성탕면만 고집하고 있다. 노환으로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몸에 큰 이상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라면도 직접 끓여 먹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텃밭 관리도 한다.

다만, 젊었을 때 한 끼에 두 봉씩 먹던 라면의 양은 한 개로 줄었다. 농사 일에 바빠 라면을 빨리 먹으려고 면만 끓이고, 찬물에 스프를 부어 후루룩 해치우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2~3년 전부턴 라면을 잘게 부순 뒤 조리법대로 뜨겁게 조리하고 숟가락으로 천천히 떠먹는다.

지난 3일 박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정효진 농심 춘천지점점장은 “박 할아버지가 안성탕면을 드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계속 할아버지에게 안성탕면을 제공하고, 자주 찾아뵐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