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희상 국회의장 “한·중, 동주공제 마음으로 함께 나가야”
2019-05-07 11:41
베이징대서 특강…남북 관계 중국 가교 역할 당부
중국을 공식방문 중인 문 의장은 이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향한 한·중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된 베이징(北京)대 특강에서 “인간관계의 연장이 곧 국제관계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동주공제는 ‘두 사람이 배를 타고 풍랑을 만날 경우 그간의 원한을 잊고 협력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왔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문 의장은 연설문에서 한·중 양국이 상호간에 경제·문화적으로 긴밀하게 공유하는 현 상황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 국민들의 현재와 같은 공감과 변화를 양국 정부와 입법기구인 의회가 깊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웃국가로서 한·중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되짚고, 양국과 아시아의 밝은 미래를 위한 양국 청년들의 역할과 상호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문 의장의 베이징대 특강 전문.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국회의장 문희상입니다.
존경하는 왕뽀 부총장님 그리고 북경대 학생 여러분, 교수님과 교직원 여러분!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함께 하지 못했지만 특별강연의 자리를 마련해 환대해주신 치우수이핑(邱水平) 서기님과 하오핑(郝平) 총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중국 최고의 명문 북경대학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순간을 더없이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어제 북경에 도착해 오늘 강연이 대외적으로 첫 공식일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과의 일정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님을 만나고, 내일도 중국의 여러 지도자분들과 만날 계획입니다.
한중 양국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가 큽니다. 북경대 학생 여러분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한중 양국,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라오펑여우 되기를
대한민국의 속담 중에는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에도 ‘의불여신 인불여고(衣不如新, 人不如故)’라는 표현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2005년 열린우리당 의장의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었습니다.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님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외에도 중국에는 젊은 시절부터 여러 차례 방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북경, 상해 등의 중심도시는 물론이고 서안, 돈황, 우루무치 등 실크로드의 여정도 다녀온 바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 또는 다른 국가의 국제행사에서도 중국의 지도자, 전문가, 기업인, 일반인들과의 많은 교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중국은 저에게 오래 사귄 친구, 중국어로 ‘라오펑여우(老朋友)’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시간이 오래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路遙知馬力日久見人心)”고 했습니다. 오랜 친구처럼 한국과 중국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북경대, 겸용병포(兼容幷包) 학풍으로 세계 인문학 산실
북경대학 학생 여러분!
이곳 북경대학은 중국의 최고 명문 교육기관일 뿐만 아니라 근대 역사가 태동한 현장이었습니다. 북경대학은 1919년 5.4운동의 발생지이자 중국 신문화운동의 중심지였습니다. 1916년 부임한 차이위안페이(蔡元培) 총장님은 자유롭고 포용적인 학문 연구 정신을 역설했습니다. 그밖에도 북경대학은 천두슈, 리다자오, 루쉰, 후스 등 세계적인 사상가, 교육자, 인문학자를 배출했습니다.
지금 북경대학이 세계 일류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겸용병포(兼容幷包)’의 개방적 학문 풍토와 수많은 선배 지식인들의 열정과 고뇌에서 나온 산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대 사회주의 중국을 건설한 이념적 토대가 세계 인문학의 산실인 북경대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역사학자이자 독립 운동가이신 단재 신채호 선생은 수년간 북경에 머물면서 고대사 연구에 매진한 바 있습니다. 옛 북경대학 도서관이었던 홍루(红楼)가 단재 신채호 선생이 고대사 연구 사료를 수집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당시 신채호 선생은 북경대학 리스쩡(李石曾) 교수의 배려 덕분에 고서적을 열람하며 ‘조선상고사’, ‘조선사연구초’, ‘조선상고문화사’ 등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신채호 선생은 대문호 루쉰과 같은 중국의 저명한 사상가와도 교류가 있었다고 합니다.
북경대학의 도서관은 소장도서만으로도 매력적인 곳입니다. 8백만 점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고, 그중 20만권은 5세기에서 18세기의 진귀한 고서라 연구가치도 뛰어나다고 하니 말로만 들어도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북서쪽으로는 세계적 문화유산인 ‘원명원(圓明園)’과 ‘이화원(颐和园)’이 있고, 남쪽으로는 중국 최초로 지정된 첨단 기술 개발구인 ‘중관촌(中关村)’이 자리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경대학이 전통을 지키며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근본을 지키며 변화를 포용하는 학문과 연구의 요람이 바로 북경대학이 아닌가 합니다.
당연히 북경대 학생들은 최고의 지성과 감성을 자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양국 국민, 경제와 문화 공유하며 상호 이해도 높여
북경대 학생 여러분!
1992년 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수교 당시 63억 달러였던 무역액은 2018년 2천 686억 달러까지 증가하였고, 그 증가폭은 43배가 넘습니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입니다. 한국은 중국의 세 번째 교역대상국이기도 합니다. 한중 간 교역이 한미간 교역과 한일간 교역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 한중관계의 깊이와 폭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간 인적교류도 매우 활발합니다. 1992년 수교당시 13만 명에 불과했던 교류 규모는 해매다 증가해왔습니다. 2018년 1천 300만 명에 달해 100배나 증가했습니다. 한중 양국 간 다양한 교류는 단순히 상호 교역과 인적교류의 수치로만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원화되고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 국민이 상호존중을 통해 미래로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타오바오’는 한국인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인터넷 쇼핑몰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제품도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광군제’ 하루 동안 ‘타오바오’를 통해 한국 기업이 낸 매출이익이 크게 신장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같은 소비문화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같은 모바일 결제수단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도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쳇페이 통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한국의 공연과 드라마, 영화 등 한류문화는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만들고 현상이 현실을 바꾼다고 합니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도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국이 상호간에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일정한 부분들을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생각의 차이도 좁혀질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국민들 간의 공감과 변화를 한중 양국 정부와 입법기구인 의회가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더 나은 한중관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드는 대목입니다.
◆한중경제 상호보완성, 경제계 현안 완전한 해결 기대
북경대 학생 여러분!
지난 3월 양회에서 인공지능(AI) 여성 앵커가 최초로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를 보면서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중국에서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는 데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한국에서도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저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양국의 변화는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은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드론, 5G 등 다양한 첨단 과학과 기술을 증진시키고 이를 산업과 비즈니스에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으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한·중 양국이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경제와 통상 협력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 에너지, 보건의료, 여성, 개발,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특히 한·중 경제는 경쟁성보다 상호 보완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양국간 교역과 투자는 원자재와 완성품들이 서로 맞물려 있어 상호의존적인 교역과 투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잘 파악하여 상호보완적이고 상생 발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경제적 협력을 위해서는 특히 정치적 소통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처럼 의회간 외교는 물론이며, 지난 2017년 한중 정상회담과 최근의 총리회담 등 고위급 회담을 지속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양국 현안에 대한 안정적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목표와 방법론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동안 정치적인 상황들로 주춤했던 양국 경제계의 현안 등이 속도감 있고 완전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대기오염 국경 구분 없어, 한중 공동대응과 협력 필수
여러분, 한중은 가장 가깝고 중요한 이웃이자 동반자입니다. 운명적인 이웃이기에 서로 협력하고 교류하며 함께 문화를 즐기는 공동체적인 삶의 기초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정치·경제·문화·사회·생태에 대한 5위 1체 논의에 대해 주목하며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문제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국정부의 환경친화적 발전전략에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와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경을 사례로 볼 수 있는 중국의 환경정책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문제는 국경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접국가들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이미 한중 양국은 정상차원에서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과학적 공동연구, 관련기술의 공동개발 등 정부간 공동대응과 협력을 합의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중 양국의 실무협의체와 공동기구 등이 새로운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회차원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한국, 양국관계 안정적 발전위해 對중국 외교강화
북경대 학생 여러분!
한국과 중국은 5천년 넘게 한자문화를 공유했으며, 역사적 배경을 함께 해왔습니다. 수교이후 양국간의 관계도 계속 격상되어 이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양국의 미래비전을 공유하였습니다. 이 미래비전을 통해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경제·사회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인문교류와 공공외교 협력을 포함한 양국민간 다양한 교류를 촉진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방문한 바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을 넘어, 새로운 교류와 협력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조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한중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특히, 남북, 북중, 한중관계의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 파트너라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중관계가 앞으로 더욱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또한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합니다. 지난해 7월 국회의장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첫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기로 계획했던 것도 이러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쉽게도 계획이 조금 늦어져 이번에 기회를 잡게 되었지만,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중국을 대하는 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한·중 의회간 전략적 대화를 심화하고, 의회외교를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을 것입니다.
한국정부도 對중국 외교를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외교부는 12년 만에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단연 핵심은 중국을 전담할 동북아국을 설치했다는 것입니다. 양국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또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한국정부의 노력입니다.
이러한 한국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중국 측에 알리는 것도 저의 중요한 방중(訪中) 목적 중의 하나입니다. 더 나아가서 저는 머지않은 시기에 시진핑 주석께서 방한하여 양국 관계가 더욱 강화되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미 3차 회담 모색, 외교적 해결 원칙견지 평가
여러분, 지난 4월 27일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한국 국민은 한반도 전쟁의 위기를 떠올리며 불안한 시간을 보낸바 있었습니다. 실로 기적같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전쟁위기’ 분위기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로 급반전 되었습니다.
불과 5개월 사이에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개최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해 6월 12일에는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process)는 말 그대로 과정(過程)이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묵묵히 전진할 것입니다.
현재 북미 모두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도 앞으로의 협상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협상을 통한 상호 합의의 매트릭스를 단순하게 만든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불안해했던 군사적 충돌우려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북미 모두가 대화와 협상, 즉 외교적 방법에 의한 해결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데 대해 중국 정부가 이를 호사다마(好事多魔)로 평가하면서, 긴 호흡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반도평화 위한 중국 역할에 감사, 남북미 가교 기대
북경대 학생 여러분!
‘그 어떤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화는 함께 꾸는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곧 동북아와 세계 평화 프로세스입니다.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남북, 북미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비롯한, EU 등 세계 각국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는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4자회담과 북핵 관련 6자회담을 비롯한 논의구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 안보리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북한과의 수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소통을 이어가는데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여러분, 북핵문제를 다룰 때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70년 적대 관계속에 자리 잡은 불신이 북미 상호간 전향적 조치를 주저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때에 남·북·미와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세계 중심적 국가로 도약하는 중국이 가교(架橋)의 역할을 해준다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에 허심탄회한 조언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 밝은 미래로 나서도록 설득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지역이 냉전시대에 있었던 진영 논리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에도 다자간 평화 안보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역내 국가들이 꾸준히 상호이익과 신뢰 구축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중국과 동북아 국익에 부합
북경대 학생 여러분!
지난 4월 27일 한국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1주년 행사의 표어는 ‘멀지만 가야할 길’이었습니다.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는 한민족인 남북한이 포기할 수 없는 길이며, 간절한 염원입니다. 이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북아의 국익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실현되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동북아지역 경제에 큰 활력이 될 것입니다. 특히, 중국이 육상과 해상 新실크로드 경제권 형성을 위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도 연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중 양국은 지난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과 한국의 新북방정책, 新남방정책을 서로 연계하여 공동발전하는데 노력하자고 천명한바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이 문호를 열면 이는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길목이 열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마치 섬처럼 단절된 대한민국이 중국과 직접 연결되는 것을 뜻합니다. 현실이 된다면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다양한 교역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물류와 인적교류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중국과 동북아지역이 함께 발전하게 되는 윈윈의 상황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도록 한중이 협력해야 하는 것은 한중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현시키는데 국제사회의 공조, 그 중에서도 중국의 협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중국이 한반도 평화,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남북관계 진전시키려는 것은 비핵화 촉진이 목적
여러분,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폐기시 얻을 수 있는 경제의 청사진을 보여주어 비핵화를 촉진시키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민족 공동체로서 언젠가는 하나로 같이 살게 될 날을 기대하며 신뢰를 회복하고 교류협력의 기초를 다지려는 것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은 남한 5천만, 북한 3천만, 남북한 8천만이라는 한민족의 직접적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이 당사자로서 전체 한민족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비록 북미 사이에 합의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긴 안목으로 북미간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재의 교착 국면을 풀기위해서 북미간 포괄적 접근과 합의에 이은 단계적이고 동시적·병행적 이행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결코 감상적이지 않으며, 북한의 핵포기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여러 채널을 통해 이러한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그 대전제는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국내외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전망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말로 설명을 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공자님의 “황하가 일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향한다(黃河 其萬折也必東)"는 말씀에서 비롯된 사자성어입니다. 순리와 필연적 이치를 비유한 말씀입니다.
이와 같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결국 평화를 향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낙관론과 함께 예리하게 살피고 주도면밀하게 나아가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중 우호협력, 미래세대에 물려줄 긍정적 유산
북경대 학생 여러분,
올해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입니다. 바로 3일전 중국이 5.4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 정신을 되새기며 기념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100년 전 역사는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상해와 북경 등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지원하고 보호해주었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민은 이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 복원 등 중국내 한국의 독립사적지 보존과 관리에 애써준 중국 정부의 배려와 노력에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한국과 중국은 모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할 전환점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미래, 한국의 미래, 그리고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바로 한중 양국 청년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중 관계는 영원히 유지되고 발전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100년 후 미래의 한중 청년을 상상해봅니다. 한중교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양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한중 상호간 유학하고 있는 학생이 각각 6만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학생과 청년들의 교류는 양국의 좋은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이 서로 상대방 국가를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끼게 될 좋은 토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여러분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 일정에서 리잔수 상무위원장님과 여러 지도자분을 만나면 반드시 “미래세대에 물려줄 긍정적 유산”으로서의 한중간 우호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자고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인간관계의 연장이 국제관계, 無信不立, 和而不同
여러분,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저에 대한 말씀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저는 40여 년간 정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줄곧 마음에 새겼던 철학이 두 가지 있습니다. 모두 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공자의 ‘논어(論語)’에 들어있는 말입니다.
그 중에서 첫 번째가 ‘무신불립(無信不立)’입니다.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 개인과 국가 간의 관계에서 핵심이 신뢰라는 것을 꿰뚫은 통찰입니다. 또 하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같지는 않지만 조화를 이루어 함께 한다는 정치의 요체를 짚어낸 혜안이었습니다.
인간관계의 연장이 곧 국제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정치에 있어서도 국가들마다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찾아가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수천 년 전 중국의 대사상가들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번 중국 방문을 많이 기다려왔습니다.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향해 양국이 무엇을 할 것인지, 의회 지도자분들과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오늘 미래세대의 주역인 북경대 학생 여러분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되어 좋은 성과를 안고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여러분과의 만남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청년은 국가 발전의 동력이자 현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원합니다.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손을 잡고 미래로 나아갑시다. 학생 여러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