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도 이란산 원유수입 결국 무산…정부, '원화결제시스템' 유지에 총력전

2019-05-02 18:03

한국은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방침의 마지막 시한인 2일 아침까지도 '예외 기간 연장'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끝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미국은 현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유예조치(SRE·significant reduction exceptions)를 다시 발효하지 않을 것을 공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폼페이오 장관의 회견 두 시간 전 협상 카운터파트인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에게 전화해 '예외 인정이 이뤄지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재 예외 조치는 무산됐지만, 정부는 미국이 이라크에 적용하고 있는 '특별 면허'(Special Licence) 방식을 한국에도 적용해달라며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미국은 8개국에 대한 예외조치와는 별개로 이라크에 대해선 전력공급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할 수 있는 '특별 면허'를 주고 있다. 이라크가 이란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못하면 부족한 전력 사정으로 정세까지 불안해질 수 있음을 고려한 조치다.

이밖에 정부는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로 인한 리스크 최소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과 연동해 미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온 '한국-이란 간 원화결제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란과의 외환거래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2010년 10월 도입한 원화결제시스템은 이란 중앙은행(CBI)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양국 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정유업체 등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한국 기업은 CBI 원화계좌에 원화로 수입대금을 입금하고 대이란 수출기업은 CBI 원화계좌에서 원화로 수출대금을 수령하는 식이다.

한국은 이란과 비제재 품목의 수출입을 위해 원화결제시스템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2일 오후 1시)를 기준으로 한국을 비롯한 8개 국가에 지난해 11월 5일부터 6개월간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던 이란산 원유산 수입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일각에선 향후 유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