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넉넉한 한화, 롯데카드 포기한 진짜 이유는?
2019-04-29 00:05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인수해도 충분한 자금 보유
그룹내 금융계열사와 시너지 효과 적다 판단한 듯
그룹내 금융계열사와 시너지 효과 적다 판단한 듯
그러나 한화그룹의 곳간은 넉넉하다. 실제 롯데카드와 아시아나항공 두 회사를 모두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즉, 한화그룹은 롯데카드와 아시아나항공을 저울질해 아시아나를 선택했다기보다는 롯데카드라는 매물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변심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곳간 넉넉한 한화그룹··· 카드·항공 모두 인수 가능
재계순위 6위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주력 계열사가 조금만 협력한다면 롯데카드나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만약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다면 금융계열사의 핵심이자 컨트롤타워인 한화생명이 주체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한화생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4122억원으로, 롯데지주의 롯데카드 희망 매각가인 1조5000억원과 엇비슷하다. 시장에서 보는 롯데카드의 매각가가 1조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이다.
한화손보도 1169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융계열사의 힘만으로도 롯데카드 인수에 도전할 수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산업계열사만 나서도 된다. ㈜한화가 보유한 유동자산 2조179억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1조438억원은 현금화가 용이하다.
계열사인 한화건설이 1조757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367억원, 한화큐셀이 5548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금융계열사의 도움 없이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정가인 2조5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
◆롯데 품 벗어난 롯데카드, 수익·정보 모두 불확실
본입찰 마감 이후 한화그룹은 롯데카드와 그룹 내부의 다른 계열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가 한화그룹에 피인수되더라도 롯데그룹에서 있던 것만큼 실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는 롯데카드가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던 금융사인 탓이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유통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으로부터 2277억원(매출액의 13.26%)의 수수료·기타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롯데카드가 롯데그룹을 벗어날 경우 유지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수익이다.
그렇다고 롯데카드를 인수해서 롯데지주 유통 계열사의 고객 정보를 확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롯데카드는 2015년 회원관리 및 포인트 사업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롯데멤버스 사업부를 인적 분할했다. 이후 회원관리 등은 신설법인 롯데멤버스에서 진행해 롯데카드는 고급 정보를 축적하지 못했다.
현재 롯데멤버스의 지분 93.88%는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더라도 '보물창고'인 롯데멤버스로 접근할 수 없는 구조다. 자연히 롯데카드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에 실탄을 사용하기 위해서 롯데카드를 포기했다기보다는 그 가격에 롯데카드를 살 이유가 없어서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 같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한화그룹에서 롯데카드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