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 부진탓 '역성장'···커지는 금리인하론
2019-04-25 18:45
한은 "2분기 회복" 시장은 "어렵다"
국내외 기관들 금리인상 전망 철회
재정정책 강화 따라 금리 움직일듯
국내외 기관들 금리인상 전망 철회
재정정책 강화 따라 금리 움직일듯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예상을 뛰어넘는 '쇼크'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하반기 경기회복 등으로 경제성장전망치(2.5%)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금리인하 등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설비투자·수출부진에 한국경제 '쇼크'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0.3%)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경제 역성장 이유로 수출감소와 투자부진 지속 등을 꼽았다.
수출은 전분기 대비 2.6% 줄었다. 주력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부진해서다. 지난 1분기 판매량과 가격 모두 줄었다. 이는 기업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었다.
투자 감소는 더 문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부진에 따라 투자를 줄인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연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부터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LCD(액정표시장치) 등 다른 주력 수출품목들이 부진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중국 경기 둔화로 대중 수출이 급감한 영향도 작용했다. 작년 4분기에 투자가 집중된 영향도 있었다.
◆한은 '낙관론' vs 시장 '비관론'
이 같은 '성장률 쇼크'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낙관론의 배경은 정부의 예산투입 효과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는 작년 4분기 -0.3%에서 올 1분기 0.4%로 개선됐다. 여기에 1분기에 집행되지 않은 정부예산이 2분기에 투입되고, 추경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1분기 마이너스였던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낙관론 배경 중 하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부처 관계 장관들과 만나 “2분기와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2분기부터는 경제성장의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전망인 연간 2.5% 성장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2.5%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2분기에는 최소 1% 이상 성장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3~4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각각 0.8%, 0.9%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각종 경제지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은 29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7% 감소해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심지어 하락폭은 전월(-5.2%)보다 더 커졌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5년 수출이 감소하는 수준으로 현 수출 실적(-1%)이 회귀하고 있다"며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IT업황 둔화로 설비투자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한은의 전망대로 2.5%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미한 추경효과···기준금리 인하 이어지나
정부는 6조~7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약 0.1%포인트의 GDP 상승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금리인하론'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거푸 "금리인하를 검토할 시기가 아니다"고 방어하고는 있지만 각종 지표의 부진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계경기 둔화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이 여파를 한국도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연구기관은 금리인상 전망을 철회했고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쇼크 수준의 성장률이 나와서 금리인하 얘기는 당연히 더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한은은 추경과 함께 이번 성장률 발표 이후 재정정책이 더 강화되는지 여부를 보고 금리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