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대일 재건축 왕궁, 서울시 요구에 임대주택 검토

2019-04-18 11:22

서울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전경 [사진 = 네이버 부동산 갤러리]

용산구 왕궁아파트가 '임대주택 기부채납'이라는 서울시 권고로 인해 정비계획안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지면적의 15%를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나 전부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18일 박순규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시 임대주택 포함을 권고했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여 정비계획안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조합 관계자 A씨는 "조합의 정비계획안 수립을 위탁받은 협력업체가 서울시에 정비계획 수정안을 몇 건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만하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왕궁아파트는 정비계획안에 임대주택 포함 여부를 놓고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왕궁아파트 조합 측은 1대1 재건축 방식으로 임대주택 없이 재건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조합의 정비계획안을 반려하며 임대주택 기부채납을 권고했다.

2015년 수립된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한강변 아파트지구 내 아파트는 재건축 시 용적률 완화 여부와 관계 없이 대지면적의 15%를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이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라는 게 시의 권고다. 당초 조합은 대지면적의 15%를 기부채납하되 절반은 공공청사·도로로, 나머지는 현금으로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가 조합에 임대주택 기부채납을 권고할 수 있는 근거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지난 3월 19일 발효됐다. 지난해 11월 입법예고 후 약 4개월 만에 가동한 이 시행령은 기부채납으로 도로·공원·어린이집 등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 외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서울시 입장이 확고한 만큼 조합도 정비계획안 수정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의 정비계획안 수립을 위탁받은 협력업체가 서울시의 요구를 반영해 계획안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5월 조합원 총회를 열 예정이다. 새로운 정비계획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서울시 도계위 본회의에 계획안 상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조합은 서울시 요구에 맞춰 정비계획안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임대주택 포함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해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다수 주민들은 임대주택을 포함하면 왕궁아파트가 지향하는 고급화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한편 서울시는 왕궁아파트에 '특별건축구역' 지정도 고려해 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건축구역이란 도시경관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아파트를 건립하면 건축법 안에서 건축 조건을 완화해 주는 제도다. 

시는 지난달 12일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전 과정에 공공이 개입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건축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특별건축구역을 적용 대상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가구수가 300가구를 넘어야 하는데, 현재 왕궁아파트는 250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가구수를 늘리는 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한강변 층수제한과 좁은 용지 등 제약이 있어 추진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늘어난 가구수의 상당부분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돌고 있다.

조합 관계자 A씨는 "한강변 아파트 높이는 35층으로 제한돼 있으며 한강변과 바로 인접하는 전면 동은 15층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며 "용지 자체가 워낙 좁은 데다 사면이 도로에 둘러싸여 있어 일조권 확보 문제 등을 고려하면 추가로 건물을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면 동 층수제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용적률을 높인다 해도 300가구를 넣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왕궁아파트는 1974년 준공됐으며 1만7621㎡ 용지에 지상 5층 5개 동, 전용면적 102㎡ 250가구 규모의 단지다. 조합은 용적률 205.88%를 적용해 지상 15∼35층 4개동 250가구로 1대1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