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대규모 차입금 등 걸림돌... 인수자 윤곽 연말에나
2019-04-17 07:15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대규모 차입금 등 변수가 많아 예상보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일가가 모든 걸 내려놓은 상황이지만,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등 앞선 매각 사례와 같은 가시밭길을 피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SK와 한화 등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도 당장은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 인수전 개시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16일 산업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산은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늦어도 이달 25일 이전에는 구체적 자금지원 규모와 방식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키로 했다.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25일 이전에는 MOU를 체결해 유동성 위기를 조속히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러도 연말은 돼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조원을 훌쩍 넘는 대형 매물인 데다가 이 회사의 차입금 문제, 제한적인 인수 후보자, 노조 반발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3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올해 안으로 갚아야 할 금융부채는 1조1904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갚아야 할 금융부채가 1조원대라고는 하지만 경영이 정상화되면 실제 갚아야 할 금액은 이보다 적을 것"이라며 "하지만 차입금 문제와 사실상 국내 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제약, 구체적인 인수 조건이 오갈 경우 노조와의 갈등 등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팔린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사례를 통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까지 상당 시간 소요될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2016년 10월 산은 대우건설 주식 매각 추진 결의 이후 2017년 7월 매각 자문사 선정, 2017년 10월 산은 대우건설 주식매각 공고, 2018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 선정까지만 1년 3개월이 걸렸다. 결국에는 호반건설로의 매각도 결렬된 상태다.
노조의 반발 등이 심했던 금호타이어의 경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지분 매각 공고를 한 2016년 2월부터만 따져도 우선협상대상자로 더블스타를 최종 선정(2018년 1월)하기까지 무려 2년이 걸렸다. 기술유출, 직원 처우 등의 문제로 인한 노사 간 갈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의식하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MOU 체결 시점을) 시장의 신뢰를 더 주기 위해 시간을 늦출 필요가 없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한두 달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소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SK와 한화 등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관전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현재까지 내부에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아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듣질 못했다"고 전했다.
한화 관계자 역시 "한화의 의도와 관계없이 시장에서 회사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항공기 리스 비용 등 감당해야 할 금액이 많기 때문에 향후 산은 등 채권단에서 좋은 조건을 내걸지 않는 이상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예상보다 빠르게 인수자가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충분히 매력 있는 매물"이라며 "항공사의 경우 꾸준한 이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갖춰진 대기업이라면 어디든 관심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한계에 임박했다는 것을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M&A에 대해 크게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라며 "M&A로 회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아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바라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지난 15일 사내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리고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보낸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모두 고마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