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재해제에 집착 안할 것"… 남한에 '적극적 태도' 주문

2019-04-15 15:58
국가안보전략연구원 15일 '김정은 시정연설 특징 분석' 간담회
김 위원장, 협상안 조정 가능성 시사...한국 정부에 서운함 표출

[사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한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에 주장하던 '대북제재'해제 중심 요구에서 탈피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15일 '김정은 시정연설 특징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북미)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북측이)향후 협상안 조정 가능성 및 실무회담의 중요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제재 해제에 매달릴수록 미국이 대북제재가 잘 가동한다고 판단하는 만큼, 앞으로는 제재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화한 것"이라면서 "하노이 회담이 '안보 대 경제적 보상조치'의 교환(구도)였다면, 북미간 교환할 컨텐츠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동 부원장은 "북한도 올해 안에 미국이 제재완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통해 북미대화 기조를 살려야 하는데, (새로운 것은) 종전선언이나 군사적 위협해소 등 체재안전 보장과 관련된 상응조치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원장은 "지난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됐을 때 리용호(북한 외무상)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이 난처한 입장을 고려해 군사부분에 대해서 상응조치 제안하지 않았다'고 표현한 대목이 있는데 이는 앞으로 북한이 군사부분을 제의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마지노선으로 올해 말을 제시한데 대해서는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신년사에서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의 '새로운 길' 천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의 남측에 대한 메시지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남측에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되라'고 요구했다. 연구원은 이 부분에 대해 "미국의 편이 아닌 북한의 편에 서달라는 불만성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 부원장은 "해석의 차이"라면서 "문 대통령이나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자제한 것으로 볼 때 한국 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앞으로 중재자 역할을 좀 더 강화하라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일기 북한연구실장은 "(시정연설에)대미, 대남에 대한 비난과 기대가 섞여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없이 당국에만 비난의 초점이 맞춰졌고,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과 회담 효용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점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최근 연쇄 개최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9일)와 당 전원회의(10일), 최고인민회의(11∼12일)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해 직접 언급을 자제한 점에도 주목했다.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나 언론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해 언급 빈도를 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목표달성이 난망함을 시사한 것"이라며 "새로운 경제담론으로 희석하거나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원은 이번 시정연설이 '국무위원장 재취임 연설'이자 새로운 북한의 대내외정책 지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김 위원장에게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칭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