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혼여족·솔플러, 당신을 ‘리스펙’합니다
2019-04-12 04:12
우리 회사 직원들의 프사는 주로 혼자 여행 중이거나 불금의 흔적인 듯한 술병 인증샷이 많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이런 친구들을 안쓰럽게 보던 시선이 요즘에는 그들의 싱글라이프를 존중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1코노미(1+economy) 시대다. 혼밥 같은 용어는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단어가 됐다. 혼여족(혼자 여행하는 사람), 알봉족(소량 봉지 포장제품을 선호하는 사람), 편도족(하루 세끼를 편의점도시락으로 먹는 사람)처럼 1인 컨슈머를 특정하는 신조어도 많다.
통계청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수는 561만으로 전체 가구의 28.6%를 차지하고 있는데, 혼자서 경제생활을 펼치는 1코노미 산업이 소비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식품이나 가전 같은 소비재 시장은 물론 여행·레저까지 이러한 트렌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 힐팩을 비롯해 인터파크투어, G9, 아고다, 저스트유(Just you) 등 여행 플랫폼에서 진행한 설문결과들은 나홀로 여행이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힐팩이 최근 조사한 ‘올봄 꽃놀이와 나들이를 누구와 갈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가겠다는 응답을 제치고 전체 응답자의 31%가 혼자 가겠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은 이미 혼자 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
구글에서 여행 키워드를 검색하면 2015~2017년 사이 ‘홀로 여행’이 40% 이상 증가했다. ‘여성 홀로 여행’ 키워드 검색도 2016~2017년 사이 52% 증가했다. 2017 프린스턴설문조사협회(Princeton Survey Research Associates)에 따르면 전 세계 밀레니엄 세대 중 58%가 홀로 여행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
여행이 무엇인가. 소중한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며 추억을 만드는 행위 아닌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사진 찍기도 어렵고, 대화를 나눌 상대도 없는 외로운 홀로 여행을 선호하는 걸까? 힐팩 설문 결과에 따르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동행자의 취향을 맞추지 않아도 돼서 △동행자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서 순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시대에 혼밥, 혼술, 혼여 같은 나홀로 문화는 거대한 트렌드가 됐다. 자신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현재의 행복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그들에게는 시간, 장소, 콘텐츠까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 혼자만의 휴식’이 진정한 리프레시(회복)의 시간이다.
최근에는 4050세대에서도 혼여족이 많다. 오랜 시간 공동체의 사회구조에 익숙해진 기성세대에게도 나홀로 여행 문화는 꾹 눌러놨던 개인가치 추구의 열망을 터뜨려준 도화선일지도 모른다.
우리 직원들의 메신저 프사는 혼자라도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리프레시하고 자기계발 욕구를 불태우기도 하는 이들의 모습은 당당하며 낭만적이다.
삶의 발전을 이루는 나홀로 여행과 이를 즐기는 혼여족은 마치 게임에서 혼자 사냥하며 성장하는 플레이어(솔플러라고도 한다) 같다. 이 때문에 그들을 혼자라는 의미가 큰 혼여족 대신 혼자서도 멋진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솔플러라고 부르고 싶다.
1코노미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나홀로 여행자들을 겨냥한 여행 시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진정성 있는 여행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나 또한 솔플러에 동참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