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호' 색깔 내기 나선 LG…플랫폼 이어 5G 미래사업 눈독
2019-04-10 19:05
10일 여의도 LG트윈타워서 'LG 포럼' 열려
매달 주제 선정해 전문가 강연과 심층 토론
이달 주제는 '5G 기반 VR'
매달 주제 선정해 전문가 강연과 심층 토론
이달 주제는 '5G 기반 VR'
인화와 정도경영을 중시했던 고(故) 구본무 회장의 '회색빛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실용과 합리에 무게를 둔 '정열의 LG'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은 실용주의와 수평적 조직문화를 앞세워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여전히 그룹 내 임직원들로부터 '대표'로 불리고 있다. 권위적인 인상을 풍기는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임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의지다.
스타트업 경험을 통해 실리콘밸리 문화에 익숙한 구 회장은 플랫폼 사업, 5세대 이동통신(5G) 등 미래사업에 대한 대응 또한 선제적으로 펼치고 있다.
구 회장이 직접 만든 'LG 포럼'은 이러한 경영 기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케이스다. LG 포럼은 과거 분기별로 열렸던 'LG 임원 세미나'를 대신해 지난달부터는 매월 개최된다.
지난 1998년 4월 처음 시작된 LG 임원 세미나의 경우 계열사 임원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참석한 가운데 고 구본무 회장의 경영 관련 메시지를 일괄 경청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이 만든 LG 포럼은 LG경제연구원이 그룹 내 경영환경과 산업 트렌드 등을 고려해 포럼 주제를 선정,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식이다.
계열사 임원들은 직무 관련도나 관심사에 따라 참석이 자율적이다. 강연만 듣는 게 아니라 참석자 사이에 심층적인 토론도 진행된다. 단순한 월례성 이벤트를 넘어 포럼을 통해 그룹 전체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이번달 포럼의 주제는 5G 기반의 가상현실(VR) 콘텐츠 활용 방안이었다. 강연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어메이즈VR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준 대표가 맡았다. 황정환 LG전자 융복합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등 LG전자와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 임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와 함께 VR에 '올인'하고 있다. 4G 대비 최대 20배 빠른 통신 속도를 활용해 더욱 선명한 화질의 대용량 VR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차별화를 통해 이동통신 시장의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VR 포털 플랫폼인 '유플러스 VR 5G'도 론칭, 영화와 공연 등 300여편에 달하는 VR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LTE 시절부터 선보였던 스포츠 중계 애플리케이션 또한 5G에 적합하게 업그레이드 된다. VR 콘텐츠 확산을 위한 전용 헤드셋 또한 공격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지난달 처음 열린 LG 포럼의 경우 '플랫폼 비즈니스'를 주제로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 심사역이 강연했다. LG CNS를 중심으로 박차를 가하는 플랫폼 사업에 대한 구 회장의 관심이 반영됐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지난해 LG CNS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7개를 선정하고 각각의 플랫폼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두 차례의 포럼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이 나왔다"며 "앞으로도 시의적절한 주제를 선정해 포럼을 내실 있게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