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무역전쟁 전운'..美, EU산 제품에 새 고율관세 위협

2019-04-09 11:19
美, "EU의 에어버스 보조금으로 경제적 피해"
"WTO가 피해액 확정하면 즉각 보복 관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서양 무역전쟁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EU산 수입품에 새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돌입하면서다. EU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이 무역에서 피해를 봤다는 게 이유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8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EU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USTR이 공개한 보복관세 대상 예비 품목에는 여객용 항공기와 헬리콥터에서 치즈, 올리브오일, 와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제품이 포함됐다.

USTR은 관세 부과의 근거로 EU가 에어버스에 여러 차례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받은 피해액에 상응하도록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은 그 피해 규모를 연간 110억 달러(약 112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EU가 보조금을 철회할 때까지 관세를 계속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USTR은 올여름으로 예상되는 WTO의 최종 판결을 기다린 뒤 최종 관세 대상과 규모를 확정해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현재 WTO에서는 미국이 추산한 피해액에 EU가 이의를 제기해 조정 심리가 진행 중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14년 묵은 사건에 이제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며 "정부는 WTO가 미국 대응조치의 규모를 발표하는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도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것과 같은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최우방 EU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안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기후변화협상, 이란 핵협상 등을 두고 삐걱거린 대서양 동맹이 다시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미국과 EU가 무역협상을 치르는 중에 이런 조치가 발표되면서 후속 협상이 꼬일 수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에서는 협상 중에는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미국과 EU의 약속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현재 EU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17일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부터 90일 이내 관세 부과를 명령할 수 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