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R&D 투자 명암 갈렸다…‘전자·차’ 약진 ‘조선·철강’ 주춤
2019-04-04 06:00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 역대최대…현대·기아도 확대
-정유·화학업체 예년 수준…'보릿고개' 조선·철강은 축소
-"세제 인센티브 등 정부 정책으로 기업에 실질적 도움 줘야"
-정유·화학업체 예년 수준…'보릿고개' 조선·철강은 축소
-"세제 인센티브 등 정부 정책으로 기업에 실질적 도움 줘야"
각 기업별 주력사업의 업황에 따라 R&D 투자 명암도 엇갈렸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모든 기업이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자·차’ R&D 투자규모 증가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18조660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이던 직전년도(16조8100억원)보다 11%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 역시 작년 R&D 비용으로 2조8950억원을 쏟아 부었다. 전년(2조4870억원) 대비 16.4% 늘어난 수준으로, 3년 연속 ‘2조원대 투자’를 유지했다.
이는 사상최대 실적에 기인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8조8900억원, 20조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벌어들이며, 국내기업 중 실적 1·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현재의 경쟁력을 미래에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이번 R&D 투자는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들도 적극적인 R&D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업황이 침체됐음에도, R&D 투자 규모를 늘린 업계는 완성차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7% 감소한 상황에도, 관련 투자에 2조7564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년(2조4995억원)보다 10.3% 증가한 수치다. 기아자동차도 작년 R&D 비용으로 직전년도보다 1.4% 늘어난 1조6649억원을 사용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경우 R&D 투자금을 최근 5년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며 “이는 다가오는 수소차 시대의 주도권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조선·철강은 R&D 투자 ‘주춤’
국내 정유·화학업체들은 예년 수준의 R&D 투자를 이어갔다. 최근 3년간 업황의 큰 변화가 없었던 만큼, 투자규모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R&D 투자 규모는 크게 늘었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배터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R&D 투자금은 2348억원으로 전년(1974억원) 대비 18.94% 증가했다. LG화학의 작년 R&D 비용 역시 1조664억원으로2017년(8970억원)에 비해 18% 늘었다.
지난해 보릿고개를 넘긴 조선·철강업체들은 일제히 R&D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국내 철강3사 중 포스코를 제외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지난해 R&D 비용을 1191억2000만원, 106억6400만원까지 축소했다. 이는 직전년도보다 20.13%, 3.9% 각각 줄어든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비용 절감을 위해 보수적으로 R&D 비용을 책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으로 707억5900만원을 지출해 직전년도 907억4900만원보다 22% 줄였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692억3000만원에서 495억3900만원으로 28% 축소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할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R&D는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임에도, 당장 생존이 급한 기업들 입장에선 돈이 돌지 않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개별 기업들이 R&D 비용을 늘리는 것이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4~5년 동안 정부가 대기업에 주는 R&D 세액공제가 3분의 1토막 났다"면서 "세제 인센티브 등을 늘려 기업들이 과감하게 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