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연말결산] AI 기본법 제정됐지만…탄핵 정국 속 정책 불확실성 여전

2024-12-27 05:00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AI기본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G3(글로벌 3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이 세계 '2군'으로 분류됨에 따라 정부를 중심으로 이제라도 더욱 빠른 인공지능(AI) 진흥 정책 등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AI 기본법 제정이 이미 상당히 늦은 상황에서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책 논의 절차가 더욱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AI 기본법이 통과됐다. AI 기본법은 AI의 진흥·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성을 수립하는 법이다. AI 기술 개발과 안전한 이용 촉진을 위한 사업 지원, 기업의 AI 기술 도입·활용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간의 생명이나 기본권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는 '고영향 AI'로 분류, 사업자들이 안전성·신뢰성을 확보토록 했다.

당초 탄핵 정국으로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AI 기본법 통과가 예정대로 연내 이뤄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AI 진흥·규제에 대한 최소한의 방향성이 명시돼 사업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다만 공포 후 1년 뒤 법이 시행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시행 시기는 2026년 1월인데, 글로벌 AI 경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행 시기가 너무 늦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이를 뒷받침할 예산·세제 지원 등에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았다.

대표적으로 내년도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산 증액이 무산된 점이 꼽힌다. 당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학계·연구계의 폭발적인 AI 컴퓨팅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고 대형 혹은 혁신적 AI 연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당초 90억원으로 책정됐던 예산을 3307억원으로 늘리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야당이 당초보다 4조1000억원 깎인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예산 증액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내 AI 정책 전반을 앞으로 총괄할 국가AI위원회 관련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과방위 논의 과정에서 효율적 위원회 운영을 위한 35억3900만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하기로 했지만, 역시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국가AI위원회가 앞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박차를 가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됐다.

이처럼 삭감된 예산이 확정되다 보니 정부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이 필요한 분야를 꼭 하나만 꼽으라면 AI 인프라"라며 "이를 통해 R&D에 집중하고 또 국내외 수준 높은 인력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추경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AI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논의 역시 미뤄지는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서는 AI의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해 AI R&D와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해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AI는 신성장·원천기술에 속해 R&D 비용 세액공제를 20~30%(대기업 기준)까지 받을 수 있는데,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R&D 투자 세액공제율은 30~40%로 높아지고, 시설투자는 2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직접 AI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 탄핵 정국으로 관련 논의가 멈춘 상황이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이니만큼 국회 논의가 필요하지만 여야 간 대립으로 인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초까지는 AI의 국가전략기술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오는 2027년까지 AI 관련 민간 투자 65조원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조속한 세액공제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이 2026년 초 본격 시행되기 전 AI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에 대한 큰 틀의 뼈대를 조속히 구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