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 얼굴, 더 생생해 진다…이산가족 화상상봉장 개·보수

2019-04-03 16:18
2007년 중단된 이후 약 12년째 개점휴업 상태
3일 전국 13개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일제히 보수 작업 돌입
과거 방식과 달라 시설 전면 교체 필요…모니터·통신·카메라 싹 바꾼다

이산가족 화상 상봉장 개보수 작업이 시작된 3일 오전 서울 중구 소파로 대한적십자사에서 작업자들이 화상 상봉장에 있던 집기들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준비를 위해 본격적인 첫 삽을 떴다. 화상상봉은 2007년 중단된 이후 약 12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이번 화상상봉 개보수 작업이 끝나면 고령화와 노환으로 북한까지 가기 힘든 어르신들이 훨씬 더 생생한 화면과 목소리로 재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별관 1층에 위치한 화상상봉장에 대한 개·보수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곳에는 백두 산마루, 금강 산마루, 묘향 산마루, 칠보 산마루, 북악 산마루 등 5개 화상상봉실이 있다. 작업팀은 이날 오전 10시 '묘향 산마루실' 부터 개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에는 KT 직원 6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기존에 설치된 모니터와 영상 송수신 장비 등을 모두 철거하고 카메라와 모니터, 통신망 등을 새로 교체하는 작업을 한다. 화상상봉장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모니터와 카메라 등이 남아있었지만 2007년 7차 상봉을 끝으로 12년 넘게 방치돼 지금은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정재은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은 "기존 화상상봉장은 2005년 방식이라 지금의 통신, 연결 방식과 맞지 않아 전면적으로 다 바꿔야 한다"며 "(장비가) 10여년이나 지나 지금은 작동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첫날인 만큼 기존 장비를 뜯어내고 통신장비와 (통신)선로를 까는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서울상봉장은 그나마 보존이 잘 돼있는 편이지만 아예 전체를 바꾸는 곳도 있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화상상봉장 개보수 작업이 완료되면 과거 'SD급' 저화질이었던 모니터 등은 물론 통신설비까지 전면적으로 교체된다.

또 고령인 이산가족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 춘천, 광주, 대구 등 4개 지역은 지하나 건물 2층에 있던 상봉장을 1층으로 옮기는 작업도 추진된다. 이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휠체어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작업이 끝나면 2주간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보수 작업은 이산가족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선명한 화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대북 장비 지원을 위해 북측과의 협의도 준비중이다. 과거에는 남북 화상상봉장 장비가 같았지만, 이번에는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

한편, 화상상봉은 2005년 8월15일부터 2007년 11월15일까지 남북적십자사 주관으로 총 7차례 열렸다. 당시에는 약 50인치 텔레비전에 pc카메라를 통해 이뤄졌다. 이를 통해 557가족 3748명이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