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운용사 위임' 손본다

2019-04-02 15:10

전북 전주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빌딩. [사진=연합뉴스 제공]


법무부 당국자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자산운용사에 위임할지 더 손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가 가장 큰 돈줄인 국민연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일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현행 법령 아래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을 받는) 자산운용사가 의결권 행사를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하기 어렵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관계부처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연 '연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수탁자책임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를 받아들인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독립성을 잃어서도 곤란하다. 관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주식에 105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1395조원)을 감안하면 모든 상장사 지분을 평균 8% 가까이 쥐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맡기는 여러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골고루 위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적절히 배분하면 관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며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자산운용사를 엄격하게 선정·평가·감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관치 우려를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우려가 생산적인 논의를 제한하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치에 대한 걱정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진영 연세대 교수는 "국내 상장법인 지배주주는 대부분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두고 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위원회와 수탁자책임실을 가지고 있다"며 "4개 조직이 맡고 있는 역할을 뚜렷하게 나누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토론회를 연 김병욱 의원은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연금사회주의가 아닌 연금자본주의"라며 "연기금뿐 아니라 모든 주주가 가진 주식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가장 자본주의답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는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대신 경영진 편을 들어주었다"며 "사안에 따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은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