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전략도, 혁신도 없는 국가관광전략회의
2019-04-03 00:00
각종 이슈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졌던 제3차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지난 2일 인천 경원재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그동안 국무총리 주재로 두 차례에 걸쳐 열렸던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는 관광 현황만 확인하고 관광 활성화를 위한 뾰족한 대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이에 업계 및 관광 전문가들은 ‘국가관광전략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하고 관광정책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고, 모두의 염원대로 대통령이 참석했으나 이번에도 관광 혁신을 위한 묘책은 없었다. 얼마전 발표한 부처별 업무계획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기존 정책 우려먹기였다.
◆‘전략’ 없는 국가관광전략회의
정부는 이날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2년 외래관광객 2300만명, 관광산업 일자리 96만명 창출을 목표로 삼고 △국제관광도시․관광거점도시 육성△국가별 마케팅 강화△비자발급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관광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국제관광도시'와 '지역관광거점도시'를 육성하는 동시에 △중국 비자△체험형 관광 확대△관광환경 개선△K팝 축제 정기 개최.평화의 길 조성 등 한류와 DMZ 활용한 관광 콘텐츠 확충 계획을 밝혔다.
기존 전략회의에서보단 조금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됐지만 이마저도 부처별 세부 실행방안은 제시되진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대통령 주재 ‘관광진흥확대회의’를 개설했지만 창조경제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관광진흥확대회의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2016년이 돼서야 첫 회의를 개최했지만 관광 산업에 대한 논의는 미진하기만 했다.
2017년 출범한 새 정부는 한 술 더 떴다.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하면서 그동안 직제상 명맥을 유지해온 관광진흥비서관을 없애버렸다. 당초 대통령 산하 기구로 추진됐던 국가관광전략회의도 결국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격하됐다.
출범 첫해 말 제1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연 정부는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을 피력했다. 기존 양적·경제적 성과 중심에 치우쳤던 관광 정책을 국민, 지역 주민, 방한 관광객 등 사람 중심의 질적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결국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에 사활을 걸었다.
제2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는 지방이 중앙정부와 힘을 모아서 국내 관광을 발전시키자는 메시지는 던져졌지만 역시 구체적 대책은 없이 '현황'만 확인하는 데서 그쳤다.
◆떠받드는 일본 vs 홀대하는 한국
우리 정부가 관광산업을 홀대하는 사이, 일본은 최근 몇 년 새 비약적 성장을 이룩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주도로 5년 단위의 중장기적 관광진흥정책을 꾸준히 실행해오고 있다.
지난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관광입국 계획’을 추진했고 아베 총리가 이를 확대 발전시켰다.
아베 총리는 2013년부터 매년 2회씩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말까지 무려 10차례 개최된 회의를 통해 △특색 있는 지방관광 육성△내국인 이용이 가능한 카지노 및 공유숙박업 허용 등의 구체적 대책이 마련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4년까지 방한 관광객이 방일 관광객보다 많았지만 아베 총리의 진두지휘 아래 2015년부터 관광객 수는 역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일 관광객 수는 방한 관광객 1334만명의 두 배 이상 많은 2869만명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8135억엔(약 8조3063억원)을 기록했던 관광수입이 2017년 4조4162억엔(약 45조920억원)까지 5배 증가했다.
반면 그동안 관광 홀대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우리나라의 관광 수입은 8.5% 증가(13조9063억원→15조758억원)하는 데 그쳤다.
지금까지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는 그동안의 정책 발표를 재탕 삼탕 우려기만 할 뿐 그간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성과 도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색맞추기 식 이벤트라는 비판이 일었다.
◆관광시장 현실 꿰뚫어 볼 컨트롤타워 필요
업계에선 정부가 추진하는 관광정책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등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부분 외에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휴가비 지원 등 수요에 맞춘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양질의 관광 인프라와 상품, 서비스 개발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관광 전문가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관광시장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조언할 참모가 없어지고 관련 회의마저 축소되면서 정부와 업계 간극이 커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에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개최됐다는 점, 기존보다는 구체적인 관점에서 양적 목표와 비전 제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특히 스타트업, 금융, 연구 분야까지 관광산업 정책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가전략회의, 업무보고 등을 통해 관광 활성화 정책은 발표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 단위별 세부그림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가관광전략회의나 업무계획 발표 등은 진행됐으나 이후 구체적 관리, 성과 도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가는 미래융합산업으로서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광산업의 현실을 꿰뚫어 볼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과감한, 그리고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며 "관리 주체를 좀더 명확히 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