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낙농기술 전수하던 '시범목장'…50만명 찾는 테마파크 탈바꿈

2019-04-03 00:00
1960년대 독일서 원조 받아 축산기술보급센터로 개장
한국낙농 인큐베이터 역할 거쳐 바이오축산 준심지로
2009년 관광·체험 접목한 국내 최대 놀이목장 변신

광활한 목초지와 그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 안성의 최대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인 안성팜랜드는 129만㎡(약 39만평) 규모의 대지에 초지, 가축 체험장, 농축산 체험 공간, 승마장 등이 들어서 있는 국내 최대 체험형 놀이목장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연인이라면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안성팜랜드. 지금은 아이들의 교육과 체험, 데이트코스로 잘 알려진 이곳은 우리 축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배고픈 시절' 아픈 역사 간직한 '축산업 메카'

'아이들에게 충분한 우유를 먹이고 싶다'

1960년대 가난과 굶주림이 이어지던 시절,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1964년 박 전 대통령은 서독을 방문해 한국 낙농발전을 선도할 시범목장 건립을 요청했다. 당시 한국으로부터 간호사와 광원 인력을 조달받았던 서독은 이를 받아들였다.

1967년 한국을 답방한 서독 뤼브케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경제협력 회담을 열고 한국 정부가 마련한 터에 차관자금과 건물, 기계장비, 캐나다산 젖소 200여 마리를 지원했다.

이곳이 바로 안성팜랜드 전신인 '한독낙농시범목장'이다. 서독의 원조 47만5000달러를 포함, 총 3억5000만원을 들여 우리나라 최초 낙농 시범목장이 문을 열게 된다. 1969년 10월 문을 연 뒤 독일 기술자들이 운영하다가 1971년 농협에 운영권이 이관됐다.

이렇게 문을 연 한독낙농시범목장은 축산업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선진 낙농 기술을 농가에 전수하는 축산기술보급센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축산농가에 집중적으로 낙농 교육을 했고, 한국 낙농의 태동기에 인큐베이터였던 셈이다.

1987년에는 축종별 시범목장으로 재편한다. 돼지와 닭, 젖소, 한우 등 다양한 가축의 사육 기술을 연구하고 이 기술을 농가에 전파했다. 1990년대, 2000년대에는 한우와 유기농 축산 등 고부가가치 축산 기술을 가르쳤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축산 고부가 시대 준비에 나섰다. 2001년에는 '한우시범사육장'으로 변신, 한우 번식 기반 확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기축산 목장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유기축산물을 시범 생산하며 보다 안전하고 생산성 높은 목장경영과 가축사육 체계를 갖췄다. 클린축산, 바이오축산의 중심이었다.

명실상부 축산업 메카로 국내 축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한독낙농시범목장은 눈높이를 낮추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모든 국민이 가축을 비롯해 축산업을 가까이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2009년 1959㎡(593평) 실내승마장, 3000㎡ 야외승마장 , 1380㎡ 체험승마장을 갖춘 시범승마센터 구축을 시작으로 2012년 4월 관광·체험을 접목한 체험형 테마파크 안성팜랜드'를 개장하기에 이른다.

농협 관계자는 "축산업이 대형화되고 기술수준도 높아져 축산기술을 소규모 농가에 전파하던 기존 시범목장 역할은 필요치 않게 됐다"며 "목장의 인프라를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기르는 축산업'을 '보고 즐기는 축산업'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에서 안성팜랜드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안성팜랜드는 계절마다 다른 테마로 관람객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봄에 펼쳐지는 유채꽃 향연은 가족과 연인들의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사진=사진작가 엄태수 제공]

◆누구나 체험하는 축산업, 즐거운 테마파크로 탈바꿈

현재 농협에서 운영하는 안성팜랜드는 방문객들이 농축산업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가축을 테마로 관람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은 팜랜드의 또다른 자랑거리다.

가축한마당은 실외공연장에서 비둘기, 오리, 돼지, 면양, 말 등 가축의 행진과 보더콜리의 프리스비(원반 받기), 어질리티(장애물 통과) 공연으로 구성돼 있다.

가축놀이자랑은 개, 염소, 닭, 면양이 훈련된 장기를 보여주며 고객이 눈을 가리고 오감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돼지레이싱, 양몰이, 양털깎기, '알·쓸·신·가' 등의 다양한 가축공연이 열린다.

공연 외에도 가축 먹이주기, 체험승마뿐 아니라 피자만들기, 치즈오감체험 낙농체험도 가능하여 가족단위의 고객이 많이 찾고 있다. 또한 말 산업 홍보 및 저변 확대를 위해 일반인 대상으로 말 일자리 체험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승마체험과 말 일자리체험, 애견파크 파라다이스독 등 색다른 공간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큰 역할을 했다.

2012년 문을 연 해에 21만명이 찾은 뒤 관람객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51만2000명이 안성팜랜드를 찾았다. 지난 3월까지 누적 입장객은 234만5000명에 이른다.

이같이 다양한 콘텐츠 외에 뛰어난 자연경관도 안성팜랜드의 큰 자랑거리다. 탁 트인 약 26만㎡에 달하는 넓은 목초지가 안성팜랜드를 찾는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경관 탓에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로 활용된다. 봉준호 감독작 영화 '옥자', SBS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도시 인근에서 찾아보기 힘든 탁 트인 전경과 이색적인 가축체험으로 많은 분들이 지친 마음을 달래러 찾아온다"며 "일반인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농축산업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안성팜랜드는 관람객을 위한 새로운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한국양봉농협과 업무협약을 맺고, 꿀벌을 활용한 신규 상품 개발에도 나서고, 유소년 승마대회도 곧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