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가맹점에 수입의 2배 돌려준 카드사…'출혈 마케팅' 불사

2019-04-01 00:05

신용카드사들이 이동통신사 등 일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수입의 2배에 육박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에 '출혈 마케팅'을 불사하는가 하면 법인카드를 유치하기 위해 고객사에 사내복지기금까지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 대형가맹점 대상 카드사의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 자료'를 보면 8개 신용카드사들은 지난해 마트와 백화점, 자동차, 이동통신 등 12개 대형 가맹점에서 1조6457억원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을 벌어들이고 1조2253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이는 카드사들이 이들 대형가맹점에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로 받은 돈의 74%를 되돌려주는 불합리한 마케팅을 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대형가맹점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현대·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현대기아·르노삼성·GM대우 등 자동차, KT·LG·SK 등 이동통신업체다.

업종별로 수수료 수입 대비 경제적 이익 제공 비율을 보면 이동통신사가 143%로 가장 높다. 카드사 입장에선 서비스 대가 1만원을 받아 1만4300원을 내준 셈이다.

대형마트엔 수수료 수입의 62%, 백화점은 42%, 자동차업체에는 55%를 돌려줬다.

법인카드 고객사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은 이보다 훨씬 컸다. 8개 신용카드사가 지난해 법인카드 고객사에서 받은 연회비 수익은 148억원인데 이들에게 돌려준 경제적 이익은 4165억원에 달했다. 연회비로 1만원을 받아 28만원을 돌려준 것이다.

경제적 이익 내역을 보면 법인카드 상품에 탑재된 부가서비스 비용이 3166억원으로 연회비의 20배를 넘었다. 개인 카드고객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법인카드에는 제공한 것이다.

법인카드 고객사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데 44억원의 예산을 썼고, 사내복지기금 등에 592억원을 현금출연했다. 사내복지기금은 근로자의 주택구입자금 및 자녀 장학금, 재난 구호금 등 용도로 쓰는, 말 그대로 근로자 복지성 자금이다.

이학영 의원은 "실질적인 카드수수료의 역진성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대기업의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카드업계의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방지하고 카드수수료 체계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