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러시아 스캔들' 족쇄 풀린 트럼프, 전면적 압박외교 속도낸다

2019-04-01 07:56
문 대통령 방미, 북미회담 모멘텀 살려야

 

[주재우 교수 ]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정상회담 기간 동안 미국 안팎으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회담 당일 미 의회에서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개인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가 열렸다. 미국의 언론지상에서 하노이 회담의 소식은 그의 청문회 소식에 묻힐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다. 같은 시각 베이징에서는 미·중 무역협상단이 협상의 막바지 조율에 매진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에서 성과를 올리고 이튿날 중국의 하이난다오(海南島)로 건너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무역협상 합의서에 조인식을 가질 계획이었다. 북한과 중국 외교에서 ‘일석이조’의 결과를 기대했었다. 결과는 둘 다 ‘노딜(no deal)’이었다.

중국 또한 ‘양회’ 개최에 앞서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적극 모색했다. 이는 중국이 ‘양회’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미국 기업인과 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를 수용하는 법안을 지난 15일에 통과시킨 사실에서 입증됐다. 이른바 ‘외상투자법(외국인(기업) 투자법)’의 제정으로 중국은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시종일관 요구한 사안들을 포함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 법안의 제정으로 중국은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 기술이전 강요 금지, 외국인 기업의 내국민 대우, 외국인 독자 기업의 진출 허용과 중국 서비스시장의 개방 등을 법제화했다. 시기적 정황을 놓고 보면 미국의 요구사항의 입법화 사실이 미국 측에 어느 정도 전달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협상은 타결을 보지 못한 채 다시 연기되었다.

북한과 중국 외교에서 결실을 보지 못한 트럼프는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그럼에도 그의 협상 결렬에 대한 합리화 발언은 실속없는 빈말처럼 들렸다. 귀국 후 당면할 국내정치의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의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미 의회의 ‘러시아스캔들’ 특검보고서가 3월 25일에 법무부장관에게 제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보고서 결론에 따라 그의 정치 생명이 탄핵으로 단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2개월에 걸친 ‘러시아스캔들’에 대한 특검 조사의 결론은 그의 공모 혐의를 입증할 법적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맺어졌다. 이 사건으로 그는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의 정치활동을 구속했던 족쇄가 풀리면서 미국 외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의 법적 공방 논란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트럼프는 외교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해 과거 행정부의 과오가 재발하지 않게 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강화하겠다는 그의 신념이 더욱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향후 대중국, 대북한 외교 행보를 가늠할 수 있겠다.

우선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배드 딜’, ‘좋지 않은 딜’, ‘옳지 않은 딜’에 어떠한 타협도 없음이 노골화될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국익에 조금이라도 불리하고 손해를 가져다줄 수 있는 소지가 있으면 합의가 없다는 의미다. 그의 말대로 ‘좋은 딜’, ‘옳은 딜’, ‘훌륭한 딜’을 일궈내기 위한 그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외교 행보는 거침없이 진행될 것이다. 적당한 타협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미국의 협상 기조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그의 협상 신념은 이미 하노이회담과 미·중무역협상에서도 나타났다. 하노이에서 그는 ‘옳지 않은 딜’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에게 ‘옳은 딜’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미국의 요구조건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제안은 미국이 원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했다.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입장과 자세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과거 어느 정부보다 더욱 경직되고 고자세의 협상태도다. 이를 수긍하지 못하면 미국과의 딜은 없는 게 트럼프의 협상의 기본 사상이다.

둘째, 북한과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에 군사적 전술이 수반될 것이다.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미국은 북한의 주변국과 주변지역에서의 원유와 석탄 등의 ‘불법환적’을 감시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의 동원을 결정했다. 미 해안경비대(USCG) 소속의 최정예 함정 버솔프함을 한반도지역에 파견했다. 지난 3일 일본 사세보시에서 정박한 후 26일 제주항에 입항했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군사적 압박을 더 느끼는 것은 북한보다 중국이다. 美 해안경비정의 감시 지역이 동중국해이기 때문이다.

동중국해는 현재 중국과 일본이 영토분쟁 중인 댜오위다오(釣魚島, 센카쿠열도)가 소속된 지역이다. 북한의 불법환적을 빌미로 미국 해안경비정과 일본 자위해군이나 해안경비대와의 군사적 공조는 미국이 조어도(센카쿠열도)가 일본령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의 영해 범위 결정이 공해 범위의 결정보다 선제되어야 한다. 동중국해지역에서의 미 해경경비정의 순찰은 주변국의 정박항을 요구한다. 미국의 선택에는 일본의 오키나와, 제주항과 대만 등이 있다. 선택의 결과는 중국에 무언의 군사적 압박 의미를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전면적 압박 외교 결의는 향후 미국의 국가이익에 위해하는 범위를 새로이 확정하는 명분이 될 것이다. ‘기술안보’라는 안보영역에서 새로운 명분의 출현은 미국의 압박이 대북제재나 중국과의 무역 갈등의 범주를 이미 초월했음을 알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방국에게 중국 화웨이 기업의 제품 및 부품의 사용금지를 권고하고 나섰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 대비해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제약을 마련 중이다. 다시 말해, 신냉전의 구도는 지정학 요인이 아닌 기술안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중국産과 미국産의 제품 및 부품의 사용 선택에 따라 편 가르기가 이뤄질 것이다.

이 모든 사안들이 우리의 외교, 안보와 경제에 독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호재가 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일례로, 美 해안경비정의 제주항 활용은 우리의 이어도 주변의 영해와 영공 주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술안보 측면에서도 우리의 대중국 정보유출의 불안감을 감축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전화위복의 자세로 미국의 공세외교에 내재된 전략적 함의를 통찰하면서 대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11일 워싱턴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회담이 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이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북·미간 대화 모멘텀을 다시 살리고, 복잡한 신냉전 구도 속에 한·미간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트럼프의 미시간 유세에서 환호하는 '빨간 모자' 지지자들 (그랜드래피즈[美미시간주]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연단)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정치 유세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선거 구호가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쓴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해방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에서 재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