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주주행동주의에 '착한기업 투자' 주목

2019-03-29 14:38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등 참석자들과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을 막았다. 주주들이 나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그만큼 기업의 윤리경영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착한 기업을 담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29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국내 26개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에는 올해 들어 이달 28일까지 35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334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준수한 성과다.

올해 초 상승장에 많은 투자자가 환매에 나섰지만, 반대로 SRI 펀드는 더 팔렸다는 얘기다. SRI펀드가 뛰어난 수익률을 거둔 것도 아니었다. SRI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1.07%(28일 기준)이다.

 

[그래픽=아주경제DB]


투자자들이 SRI펀드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국민연금이 ESG 펀드를 더 많이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쩍 늘었다. ESG 투자란 환경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면서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주총 시즌에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자 이 의견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내주식 위탁운용액 가운데 사회책임투자형 비중은 2017년 말 기준 11.4%(6조9000억원)에 달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관련 펀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얼마 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SG 관련 세계 각국 ETF에 분산 투자하는 '한국투자글로벌착한기업ESG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서 6개 종류의 ESG 펀드(ETF 4개)를 새로 출시했다.

상품별 수익률을 보면 '이스트스프링글로벌리더스' 펀드의 1년 수익률(28일 기준)이 11.62%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의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도 2.75% 수익을 내며 뒤를 이었다.

아직 국내 ESG 투자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ESG 펀드의 운용자산이 적고, 자산군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미흡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SG)과 서스틴베스트(Sustinvest) 등 평가기관에서 자체 선정한 항목과 기준을 통해 ESG 평가를 진행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ESG 수준에 관한 정보 확대와 객관적인 분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ESG 변수 가운데 국내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요인들을 분석해 등급화하는 연구도 보강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