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이번엔 "상장사, 주주이익 우선하도록 상법 개정"

2023-11-23 18:32
자본硏, 기업의 주주권과 경영권 정책 세미나

 

정부에게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얻어낸 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상법 개정을 요구하며 회사 경영에 주주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상장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처럼 상법을 개정할 경우 주가가 내릴때마다 소송이 빗발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3일 주요 포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상장사들의 거버넌스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상법 상 이사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 의무만 있을 뿐 주주에 대한 의무는 없다. 현재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상법 개정 국민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한 포털의 네티즌은 게시글을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속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상장사 사내 이사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려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상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반대하고 있다. 상법이 개정되면 투자자들이 이사회 결정에 의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업상 결정에 따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은데 기업 경영을 주가 움직임을 예측해가면서 해야 하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한 그룹사 관계자는 "상법에 문구 하나를 추가하는 일로 상장사 전체가 연일 소송전에 시달릴 수 있다"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의무공개매수제도의 경우 찬반이 나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3일 '기업의 주주권과 경영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선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 이후 요구하고 있는 이미 보유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의무공개매수제도 확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주주행동주의의 유형과 효과에 대해 토론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불가능하다"며 "자사주를 활용하도록 열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자사주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하지 않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순기능을 고려해 자사주의 의무 소각보다 보유 현황을 공시하고 자사주는 아무 권리가 없다는 점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의 경우 기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의 방법으로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하는 주주 보호 장치다.

상장사 인수·합병(M&A) 시 일반주주의 이익 침해를 막기 위해 의무공매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주식양수도 방식의 M&A 때 피인수 기업 주주에 대한 권리보호를 위해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 41개국에 대한 실증분석을 통해 제도 도입 이후 인수자가 지급하는 지배권 프리미엄이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인수 비용 증가를 우려해 의무공개매수 물량을 50%+1주로 제한한 정부와 여당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주주행동주의 확대와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등급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주주제안 이후 지배구조 등급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기업집단 소속 기업과 정관변경 및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 시 지배구조 등급 개선이 뚜렷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