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역경제 활성화”…창원성산 후보 5인, 표심잡기 총력

2019-03-26 19:29
4·3 보궐선거 D-7
한국 강기윤·정의 여영국·바른미래 이재환 유세전
“선거 기대 안 한다” 조선업 침체로 지역민심은 싸늘

“몇 년 전에 비하면 매출이 70~80% 이상 떨어져서 이제는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인 정도예요. 예전엔 식당에 줄이 길었지만, 이제는 한산할 정도입니다. 선거요? 사실 기대는 안 됩니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는 푸근하고 화창한 봄이 물씬 느껴졌지만, 지역 곳곳 민심에서는 ‘봄’을 찾기 힘들었다. 지역경제 얼굴인 상남시장에서는 한산했고, 상인들에게서도 활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결같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번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리만치 무관심해보였다. 각 당 후보 모두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민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민심은 얼어붙었다. 특히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진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이번 선거판은 진보와 보수에 대한 평가전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정의당과 한국당은 ‘진보개혁 유지’와 ‘정권 심판’을 내걸면서 이번 선거판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여영국 정의당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남 창원성산 후보가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법원사거리 부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최의종 인턴기자, chldmlwhd731@ajunews.com]


◆경제 침체 속 얼어붙은 민심…정치 향한 신뢰도 바닥

“누가되던 바뀌는 게 없을 것 같아”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26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 민심은 냉소에 빠져 있었다. 이미 선거 유세를 위해 수차례 정치인이 여야를 막론하고 방문했지만 가게 곳곳은 정치 불신을 한숨으로 뱉어냈다.

얼어붙은 민심은 ‘조선업 침체로 인한 경기 악화’에 한 목소리로 불만을 드러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이성희씨(56)는 “두산중공업이 격일제로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경기가 돌아가냐”고 토로했다. 도매점을 운영 중인 김재훈씨(39)도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80%는 빠져나가서 이제는 현상 유지만 해도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지금은 어느 식당이나 한산하다. 주변에 문 닫은 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면으로 드러난 경제파탄 속에 표심은 방향을 잡지 못했다. 지역주민 김형석씨(69)는 “경기 안 좋다는 얘기는 수십 년 동안 있었다”면서 “투표는 고민스럽지만, 이제는 누구를 뽑으나 다 똑같을 것이란 생각만 든다”고 했다. 떡집을 운영 중인 김씨(58)도 “공약은 그저 공약일 뿐이라서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직까지 점찍은 후보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한다고 느껴지는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에 결정된 정의당-민주당 후보단일화가 표심을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주차요원으로 근무하는 이모씨(72)는 “후보단일화 영향이 크게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고, 택시기사 안모씨(61세)도 “오히려 단일화 이후 좀 더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강기윤 자유한국당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남 창원성산 후보가 26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에서 시민과 악수를 나누며 얘기를 하고 있다. [이정수 기자, leejs@ajunews.com]


◆여영국, 후보 단일화로 유세 동력 마련…강기윤, 구석 민심 기반 다지기

여영국 정의당 후보 선거본부는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맞이한 첫 날인 26일부터 단일후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성산구 곳곳에서는 ‘창원의 자부심을 지키는 단일후보 여영국’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렸고, 유세 차량에서도 ‘정의당-더불어민주당 단일후보 여영국’이라는 표어가 눈길을 끌었다.

여 후보는 이날 정오 법원사거리에서 유세를 펼치고 지나가는 시민과 인사하며 정의당과 민주당 단일후보임을 내세웠다. 여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역사를 되돌리려고 하는 자유한국당을 반드시 꺾으라는 창원 시민 여러분 명령에 따라 단일후보로 선택됐다’, ‘단일후보로서 자유한국당을 꺾고 반드시 승리해 창원 시민 여러분의 자부심을 지켜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이날도 기존과 같이 차분히 지역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 일정을 소화했다. 강 후보는 이날 오후 반송시장을 찾아 지역 상인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과 손을 맞잡으며 각각이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경청했다. 이 지역에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이 있는 만큼, 강 후보는 지역상인과 터울 없는 관계를 이루면서 경제정책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변화를 기대하는 일부 상인은 먼저 나와 인사하거나 지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강 후보 선거본부는 ‘해도해도 너무한다! 경제정책 바꿔보자!’ 등의 플랜카드를 내걸었고, ‘탈원전 등 민생파탄 경제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명분도 없는 단일화와 민주당은 경제실정 심판 받아야 한다’ 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남 창원성산 후보가 26일 경남 창원시 서산구 성산아트홀 부근에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의종 인턴기자, chldmlwhd731@ajunews.com]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도 이날 창원 공설운동장과 SK테크노마크, 남양동, 성주동, 가음정 시장, 롯데마트 앞 등 지역 곳곳을 찾아 인사하고 유세를 펼치면서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수구보수가 망친 창원, 좌익진보가 망친 경제 OUT’을 내세우며 이번 선거 당선을 위한 명분을 내세웠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와 진순정 대한애국당 후보도 플랜카드와 유세차량 등으로 곳곳에서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이재환·손석형·진순정 후보는 이날 오후 늦게 가음정사거리 부근에서 한 데 모여 열띤 유세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