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칼럼] 인구는 국력이다
2019-03-26 19:57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18년 0.98명까지 떨어졌다. 많은 선진국이 출산율 저하를 겪었지만 이렇게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곳은 없었다. 참고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나머지 나라 출산율은 모두 1.3을 넘었다.
1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32만6900명 태어났다. 2018년생이 군대에 들어가는 20년 후에는 현재 병력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남아 숫자와 복무연한을 곱하면 30만명에 못 미친다. 심각한 상황이다.
한동안 저출산은 유럽에서나 문제가 됐었다. 1970년 전후로 출산율이 낮아지기 시작해 남유럽 여러 나라와 독일이 1.3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인구치환수준 출산율은 2.1로 잡고 있다. 이 수준에 못 미치면 30년 후부터 인구가 서서히 감소하고 고령화율이 올라간다. 유럽은 이미 30~40년 전 이를 경험했다.
다행히 유럽은 2000년을 지나면서 출산율을 개선했다. 하락이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북유럽과 독일을 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해졌다. 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 출산율이 1.7 이하였다가 2007년 2.0을 회복했다. 지금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위원회 통계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프랑스 인구는 약 반세기 만에 1000만명가량 늘어난다. 2013년 6600만명에서 2060년 7600만명으로 불어날 거라는 얘기다.
이탈리아나 스페인도 1990년대 중반 출산율이 1.2까지 내려갔다가 지금은 1.5에 육박하고 있다. 예외적인 곳이 독일이다. 현재 8000만명인 독일 인구가 2060년에는 710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정책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보육 시설·서비스와 자녀 수에 따른 수당 지급, 양육세대 세금공제와 같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했다. 그동안 사적 영역에 맡겨 놓았던 출산과 양육을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이런 전환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는 출산 관련 예산과 출산율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진국 가운데 출산율이 1.8을 넘는 나라는 대부분 국내총생산(GDP)에서 출산·양육 관련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곳이 아일랜드와 영국, 프랑스다. 해당 비율이 모두 4.0%를 넘는다. 반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처럼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3.0%에 못 미치고 있다. 출산율 역시 1.4를 밑돈다.
유아 예산도 출산율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처럼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3세 미만 아동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비율이 50%를 넘는다. 덴마크는 65%에 달할 정도다. 이에 비해 OECD 평균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출산과 육아 시기에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한다. 고용을 유지한 채 소득을 보장받고 있고, 직장으로 복귀한 다음에도 공적 보육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용이 너무 많아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출산은 계몽이나 홍보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아이를 키우는 비용 가운데 상당 부분을 부담함으로써 개인이 치러야 하는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우리 정부가 아동·청소년 1명에게 쓰는 돈을 노인복지 예산과 비교하면 11%밖에 안 된다. 인구를 늘릴 대책을 꾸준히 내놓았지만 성과가 안 나오는 이유다.
인구는 국력이다. 유럽을 보면 다양한 대책이 맞물려 인구를 늘렸다. 우리나라도 가능한 모든 정책을 써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