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이트 SNI 차단은 韓만?...해외 주요국 사례 살펴보니

2019-03-17 11:10
-SNI 차단 공식적으로 밝힌 국가는 한국, 터키...중국, 러시아는 이보다 엄격한 방식 도입
-영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는 SNI 차단했을 것으로 추정
-방통위, 정책 고수 입장..."추가 불법 사이트 지정 시 신중"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을 막기 위해 SNI 필드 차단 방식을 도입한 이후 정부가 국민의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터키 등 몇몇 국가도 SNI 차단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는 도박, 불법 촬영물의 유통을 어떻게든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펴낸 현안 보고서 ‘SNI 차단방식 도입 해외사례 분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가입국 중에서 SNI 차단 방식으로 불법 사이트 접속을 막는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국가는 한국과 터키 2개 국가뿐이다.

대외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SNI 차단 방식을 도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는 더 있다. 스웨덴과 뉴질랜드, 영국 등이다. 프랑스 로렌 대학이 2015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민간 온라인 필터링 업체들이 이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https 보안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SNI 영역의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뢰로 작성한 불법사이트 차단 관련 조사회답서도 “SNI 차단을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국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심층 패킷 분석을 하는 일부 국가의 경우 SNI 차단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등이 불법 콘텐츠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SNI 차단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SNI 차단 방식보다 더 강력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이 2003년 구축한 만리방화벽 시스템은 패킷 단위를 감시하고, 러시아는 SORM(System for Operative Investigative Activities)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모든 이동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 기업은 자국의 법에 따라 SORM 하드웨어를 장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지난 1월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일부 국가에서도 SNI 차단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방통위가 인터넷 검열, 사생활 침해,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논란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위원은 “각국 정부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으나 SNI 차단 방식을 통한 불법 사이트 차단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경향이 많고, 특히 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며 “SNI 차단 방식에 대한 논란이 야기된 것에 대해선 1차적으로 방통위의 책임이 크다. 사전에 충분히 사회 공론화 내지 국민적 이해 확대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던 점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측은 SNI 필드를 차단하는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895개 사이트(도박 사이트 776건, 불법 음란물 사이트 96건) 외에 추가로 불법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할 때 보다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미 시행한 정책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추가로 불법 사이트를 지정할 때 심사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또한 지난달 21일 청와대 유튜브 채널에서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피해자를 지옥으로 모는 불법 촬영물은 삭제되고 차단돼야 한다”며 “불법성이 인지되고 공감하는 내용에 대해 필요한 조치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용어 설명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영역 차단 : 인터넷 통신 암호화 준비단계에서 단말기가 접속하려는 웹서버 주소를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전송할 때 이를 확인하고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래픽=임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