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브렉시트 수정 합의했지만...英하원 통과 불투명

2019-03-12 17:39
英·EU, 기존 합의안 핵심쟁점 '안전장치' 수정키로

[사진=AP·연합뉴스]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2차 승인투표를 하루 앞두고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막판 협상을 통해 기존 합의안을 보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영국은 오는 29일(현지시간) EU를 떠나기로 돼있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따른 EU 탈퇴를 추진하는 메이 총리는 11일 프랑스로 날아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담판을 벌인 끝에 EU로부터 '안전장치'와 관련한 양보를 이끌어냈다.

메이 총리는 융커 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장치'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밝히며, 12일 하원이 승인투표에서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파운드화는 급등세로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 소식을 환영했다. 이 소식이 나온 직후 달러/파운드는 1.3290달러까지 뛰었다. 한국시간 12일 오후 5시30분 현재는 상승폭을 다소 반납해 전일비 0.5% 오른 1.322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이 이미 나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수정된 내용은 영국이 영원히 '안전장치'에 묶이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는 게 골자다. ‘안전장치'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의 국경에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한 조치다. 기존 브렉시트 합의문에는 '안전장치'의 적용 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영국이 EU 관세동맹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다면서 반대해왔다.

이번에 변화를 준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법률 문서를 통해 EU가 고의적으로 영국을 무기한 '안전장치'에 묶어두려고 한다면 영국이 독립적 중재기관에 이의를 제기해 '안전장치' 적용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양측이 2020년 말까지 새로운 기술을 국경에서 적용하는 방식으로 '안전장치'를 대체하는 협정을 맺도록 한 것이다. 세 번째는 영국과 EU의 미래관계 협상이 결렬돼 합의 가능성이 사라지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안전장치' 적용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으로선 수정안이 12일 승인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이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1차 승인투표 당시 찬성표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동시에 브렉시트 강경파 115명 이상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여전히 일각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5일에 치른 1차 승인투표에서 하원은 메이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230표차로 부결시킨 바 있다.

만약 12일 합의안이 다시 부결되면 13일 하원의 노딜 브렉시트 여부를 다시 표결에 부친다.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에 찬성하면 오는 29일 영국은 EU와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한다. 이 경우 관세와 국경 문제 등에서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13일 노딜 브렉시트가 부결되면 14일 브렉시트 연기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14일 하원이 브렉시트 연기를 가결할 경우 영국 정부는 EU에 탈퇴 시한을 미뤄줄 것을 요청하고, EU가 21일 정상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승인 여부를 정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메이 총리의 이번 수정 합의안이 50표차 내에서 부결될 경우 메이 총리가 EU와 다시 협상을 벌여 질서있는 탈퇴를 추진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12일 승인투표에서 반대표가 또 다시 압도적으로 많을 경우에는 메이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제2 국민투표와 브렉시트 무효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메이 총리는 제프리 콕스 법무장관이 내놓을 수정 합의안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 보고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콕스 장관이 검토 결과 영국이 '안전장치'를 중단할 권리를 보장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브렉시트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콕스 장관은 기존 합의안에 대한 법률검토 보고서에서 영국이 '안전장치'를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없다고 결론을 냈고 브렉시트 강경파를 이 보고서를 근거로 합의안을 반대했었다. 

한편 브렉시트 합의안이 승인투표를 통과하더라도 법률 검토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오는 29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일정 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