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도덕성이 돈이다"...KT, 왜 보상안에 끌려다니나
2019-03-11 15:13
- 배임 우려에도 약관에 없는 초법적 피해보상안 마련
- 여론 누그러지자 국회 'KT 책임청문회' 추진 흐지부지
- 여론 누그러지자 국회 'KT 책임청문회' 추진 흐지부지
KT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KT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서비스 장애 피해보상안 마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관에 없는 특별손해배상 지급이 핵심 쟁점이다.
현행 규정상 통신 장애 직·간접 피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통신사 자체 정책 또는 협상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물론 이번 화재가 불법적 영업이라면 보상 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이 된다.
이번 KT아현지사 화재의 경우 4개구(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무선통신 및 IPTV 불능, 인근 소상공인 결제시스템 에러 등 대규모 직·간접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통신장애가 재난 수준으로 번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약 5만명의 소상공인이 영업손실 피해를 본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KT 약관에 따르면 가입자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 시간당 월정액과 부가사용료 6배를 기준으로 고객과 협의해 피해를 보상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KT는 해당지역 인터넷 가입자는 3개월, 유선 전화 이용자는 최고 6개월 요금감면 방안을 내놨다. 요금감면 여파로 KT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8.4% 급감하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화재발생 초기 KT는 '통신 장애로 인한 영업피해에 대한 배상책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본사 정책은 물론 방송통신법상에서도 간접피해를 규정하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사실상 면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에서 SK텔레콤도 2014년 3월과 2018년 4월 통신장애 발생으로 인해 각각 전체 가입자와 730만명 요금을 할인했지만, 실제 피해 추산이 어렵다며 대리·퀵서비스 기사에 대한 간접피해 보상은 하지 않았다.
KT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지난 1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KT아현지사 화재 문제를 놓고 황창규 KT회장을 집중 질타하며 '책임 청문회' 개최를 시사하자 황급히 노선을 선회했다.
현재 KT는 아현지사 화재를 비롯해 경영진 횡령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KT특혜 채용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KT성남본사와 광화문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황창규 KT회장은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의혹을 받고 검찰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임원은 이 정치자금 반환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T는 즉각 노웅래 과방위원장, 소상공인연합회와 상생보상협의체 구성에 나서고 피해보상 접수를 확대하고 있다.
KT는 최근 3차례의 상생보상협의체 회의를 통해 피해 기간이 △1~2일인 업소 20만원 △3~4일인 업소 40만원 △5일 이상인 업소 50만원을 보상하는 피해보상안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접수된 소상공인 피해는 9700여건에 이른다. 최저치로 단순 계산해도 수십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KT는 보상안 지급 기준을 업소 연매출 5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피해보상안을 거듭 개선해왔다.
국회는 수차례 청문회 일정을 취소했다. 과방위는 당초 2월 중 개최를 강조했지만 전체회의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6일 개최도 결국 파행을 맞았고, 이달 말께로 계획을 연기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국회 과방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4월 4일 청문회 개최 안건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개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