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폭풍전야...이번주 영국 운명 정해진다

2019-03-11 11:07
메이, EU와 합의안 수정에 난항..사퇴 압박 높아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AP·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정국이 이번 주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영국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따라 질서있는 유럽연합(EU) 탈퇴를 진행할지, 합의 없이 탈퇴할지(노딜 브렉시트), 브렉시트를 연기할지, 브렉시트를 없던 일로 되돌릴지(노 브렉시트), 메이 총리가 퇴출될지 등의 윤곽이 이번 주 의회 표결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12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와 협상을 통해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두고 2차 승인투표를 실시한다.

지난 1월에 치른 1차 승인투표에서 하원은 메이 총리가 앞서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230표차로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이후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강경파가 문제삼고 있는 ‘안전장치’ 조항을 EU와 재협상해 다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안전장치'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의 국경에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한 조치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안전장치 적용 기간을 명시하지 않으면 영국이 EU 관세동맹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다면서 반대해왔다.

메이 총리는 EU와 재협상을 통해 오는 29일 예정대로 질서있는 EU 탈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영국과 EU의 안전장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10일 메이 총리가 승인투표를 이틀 앞두고도 EU와 협상에서 어떤 진전도 내놓지 못하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만약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마음을 획기적으로 움직일 수정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12일 승인투표에서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다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 총리의 수정 합의안이 부결되면 하원은 13일 '노딜 브렉시트' 추진할지 여부를 두고 표결을 진행한다.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에 찬성하면 오는 29일 영국의 EU와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한다. 이 경우 관세와 국경 문제 등에서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부결하면 14일에 브렉시트를 일정 기간 연기할지를 두고 다시 투표를 치른다. 연기안이 가결되면 영국은 EU에 탈퇴 연기를 요구하고, EU는 오는 21일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요구를 승인할지 결정한다.

일단 EU는 최대 7월 초까지만 연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의회가 오는 5월 23~36일 영국을 빼고 차기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는데 이들의 임기가 7월 초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만일 영국이 7월 이후까지 EU 회원국으로 남을 경우 유럽의회에 영국 의원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음을 염두한 것이다. 

한편 브렉시트 연기안이 통과될 경우 메이 총리는 거센 퇴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수당 브렉시트 강경파들 사이에선 12일 합의안 부결 시 메이 총리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이 총리는 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야당인 노동당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할 경우 보수당에서도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브렉시트 연기로 일단 시간을 벌면 브렉시트 자체를 무효화하기 위한 2차 국민투표 진행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10일 BBC 인터뷰에서 “12일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 자체를 무효화하기 위한 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어 스타머 노동당 대변인은 당장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2차 국민투표가 결정되면 EU 잔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아주경제]


영국이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다음 세대 영국의 번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에선 외교 및 시장 관측통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재로선 브렉시트 결정이 영국에 득보다는 실을 많이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우려해 영국을 탈출하고 있다. 일본 대표기업 소니가 유럽본사를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기로 했고, 도요타와 혼다는 브렉시트 상황에 영국 내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가전제품 업체 다이슨은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했고, 영국 해운회사 P&O는 영국해협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의 선적을 영국에서 키프로스로 변경할 방침이다. 다이와증권과 골드만삭스도 런던 대신 프랑크푸르트에 새로운 유럽 사업 거점을 꾸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