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미중 무역협상보단 美 자동차 관세 부과 걱정할 때"

2019-03-07 10:32
세계 무역총액서 美·中 교역 차지 비중 3% 불과...자동차산업은 8%

[사진 = 아주경제DB]

"미국의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미·중 무역전쟁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로버트 쿠프만 세계무역기구(WTO) 이코노미스트가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해, 관련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TO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세계 무역총액이 22조 달러(약 2경4827조원)로, 이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600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동차 및 부품산업이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조7600억 달러)를 차지했다.

쿠프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수출입보다 자동차 및 부품 산업이 세계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고, 공급망이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어 미국의 관세가 몰고 올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관세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도 미국이 최대 25% 관세 부과시 미국 내 자동차와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 36만6900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전체 차량 가격이 평균 2270달러(약 256만원)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쿠프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시킨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까지 더해지면 도미노처럼 충격이 확산돼 자동차 시장에 한파가 더욱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에게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일부 근로자와 기업들은 이득을 취하겠지만 소비자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국가안보 위협 여부 조사 결과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18일까지 90일 이내에 관세 부과 또는 수입량(쿼터) 제한 등의 조치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