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특수' 옛말? 여행·호텔업계, 미세먼지에 '골머리'

2019-03-06 15:48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사진=연합뉴스 ]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 근무하는 A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년 벚꽃 개화 시즌에 앞서 기획·판매하던 야외 벚꽃놀이 패키지 특수를 톡톡히 누렸지만 올해는 최악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야외 활동을 포함한 상품을 판매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그는 "미세먼지가 여행(나들이)의 판도를 바꿨다. 벚꽃 특수는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매년 벚꽃 개화 시기를 맞아 다양한 나들이 여행상품을 판매하며 '특수'를 누렸던 국내 여행업계가 최근 전국을 공습한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봄 여행주간을 앞두고 미식·트레킹 등 다양한 주제의 국내 여행 콘텐츠 개발을 기획 중이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미세먼지를 피해 즐길 수 있는 국내 여행지, 실내 프로그램 등을 추가하는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국내외 동향도 지속적으로 확인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는 여의도 봄꽃축제 행사가 예정된 4월 초까지 미세먼지 '최악' 상태가 지속될 경우 행사 규모 및 야외 진행 프로그램을 축소할 방침이다.

국내 여행사는 여행상품 판매율이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미세먼지 공습이 지속될 경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진 만큼 3월 중순 이후에는 상품 판매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봄꽃을 주제로 국내 기차여행 상품을 개발해 판매 중인 코레일관광개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는 "6일 연속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만큼 향후 상품 예약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짙다"고 귀띔했다. 

다만 해외여행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하나투어의 경우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호주와 뉴질랜드 예약 비중이 전년보다 평균 20%가량 늘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피해 해외로 떠나는 여행수요가 늘면서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호주나 뉴질랜드 예약률이 증가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매년 '벚꽃 특수'를 누렸던 여의도·남산 일대의 호텔을 비롯해 국내 호텔업계 상황도 좋지는 않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7단계 청소 시스템을 거쳐 객실 내 공기를 무균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해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던 퓨어룸(pure room)을 객실 개보수로 인해 부득이 없앴다.

여기에 매년 벚꽃 시즌에 맞춰 남산에서 벚꽃 나들이를 즐길 수 있도록 판매하던 야외 피크닉 상품도 본사 지침에 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야외 나들이 대신 호텔에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벚꽃 명소에 위치한 호텔뿐 아니라 국내 다수 호텔이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에서 즐기는 봄맞이 호캉스(호텔 바캉스) 패키지를 잇달아 선보이며 고객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극심한 미세먼지로 국내 호텔업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미세먼지 악재에 겨울부터 기획했던 봄 관련 패키지, 프로모션 상품을 변경하는 호텔이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