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래식량으로 각광받는 '식용곤충'…굼벵이 농장 ‘베스트 굼벵이’ 가보니

2019-03-05 17:43

“2년 만에 2억2000만 원 대출금 다 갚았어요”

지난 28일 ‘음메’ 하고 우는 염소소리가 들릴만큼 한적한 경기 광명시에 한 굼벵이 농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김철호(32) 베스트굼벵이 대표는 굼벵이 농장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은 수천마리 흰점박이꽃무지 굼벵이가 생활하는 곳으로, 경기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굼벵이 먹이 창고는 겨울임을 무색하게 할 만큼 따뜻했다. 느타리버섯으로 만든 먹이를 며칠 동안 숙성하기 때문에 창고 안은 따듯한 열기로 가득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사람이 먹을 굼벵이인데 좋은 먹이를 써야 한다”고 느타리버섯으로 먹이를 만든 이유를 말했다.
 

박스식으로 사육되고 있는 굼벵이 [사진=임선영 인턴기자]


먹이창고를 지나 안쪽으로 가면 굼벵이가 사는 흙판이 있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1m와 1.5m인 방사식 흙판 20개는 사람에게는 작은 크기다. 하지만 굼벵이가 자유롭게 뛰어 놀만큼 넓다.

농장에서는 사람이 먹는 만큼 굼벵이가 사는 흙도 각별하게 돌보고 있다. 중금속이 들어가면 식용으로 쓰일 수 없기 때문에 중금속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검사를 한 덕에 식용화할 때도 무사히 검사에 통과했다.
 

방사식 흙판에서 사육되고 있는 굼벵이 [사진=임선영 인턴기자]


굼벵이가 사는 흙판은 온도 조절도 중요하다. 온도 조절에 실패한 굼벵이는 체온을 높이기 위해 자연적으로 번데기를 만들어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동글동글한 번데기는 추위를 피하는 굼벵이에게는 좋지만 성충이 되면 식용으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성충이 된 굼벵이(꽃무지)는 알을 생산하는 장소로 옮긴다.

굼벵이 사육은 3개월의 과정을 거친다. 3개월이 되기 전에 굼벵이를 식용으로 쓰기 위해서 농장은 절식 단계를 거친다. 절식 단계에서는 쌀가루를 먹여 몸속 불순물들을 모두 배출 시킨 후 빈속으로 만든다. 이런 과정을 거친 굼벵이의 끝 부분은 어두운 노폐물이 사라지고 흰색을 띤다. 쌀가루 오물까지 배출한 굼벵이들은 고온 가열을 거쳐 다시 세척한 후 건조기에서 24시간 말린다.
 

건조과정을 거치고 있는 굼벵이 [사진=임선영 인턴기자]


말린 굼벵이는 생으로 먹어도 되지만 보통 갈아서 환으로 만들어 먹거나 즙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굼벵이는 식용으로 종자 굼벵이는 1kg 7만원, 건조 굼벵이는 200g 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말린 굼벵이는 우리가 흔히 접했던 ‘번데기’의 맛과 고소한 풍미가 있다. 김 대표는 굼벵이가 “간에도 좋고, 단백질도 육류보다 풍부해 효능이 뛰어 나다”며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업을 시작한지 2년 만에 2억 2000만 원의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며 최근에는 여러 매체 및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입소문을 탔다고 말했다. 식용곤충 산업이 청년 창업의 블루오션으로 조명받기도 한 이유다. 2017년에는 광명시에서 시행하는 청년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도 받았다고 한다.
 

2017년 광명시로부터 청년창원지원을 받은 김철호 베스트굼벵이 대표 [사진=김철호 베스트굼벵이 대표 제공]


김 대표는 미래 식품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식용곤충의 외형 거부감으로 인해 가공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서 함께하는 단기적인 페스티벌이나 포럼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대학이나 정부 소속 단체에서 의약 효과 등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하면 농장은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선두의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