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이 북한 외무성 내 중국 담당인 리길성 부상의 베이징 방문을 공식 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귀국길 동선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렬된 만큼 북·중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지도 불투명해졌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 요청으로 북한 외무성의 리길성 부상이 이날 방중했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방중 기간 북·중 관계와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리 부상이 평양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리 부상은 북한 외무성 내 중국 담당으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직접 수행했던 인물이다.

리 부상의 이번 방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귀국길 동선을 중국 측과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 측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의 회동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우리는) 완전하게 제재를 완화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현재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있으며 하나도 해제되거나 완화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루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미국이 계속 대화를 유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로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정세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과의 대응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3월 3일부터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이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만나려면 정협 개막일인 3일과 전인대가 개막하는 5일은 피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마당에 베트남에 올 때처럼 다시 전용 열차를 타고 중국을 종단해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용 열차 대신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 주석과 만난 뒤 신속히 귀국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현 시점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동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성사된다면 시 주석의 일정에 맞춰 날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