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 후 '땅 문서'로 토지 소유권 찾을 수 있을까?

2019-02-28 14:34
소액 보상 또는 점진적 사유화 가능성 높아

대동강에서 수상보트를 즐기는 배편 너머로 주체사상탑이 보인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전쟁 발발 후 월북, 월남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중에도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챙긴 것이 바로 '땅 문서'라고 한다. 사유재산, 특히 부동산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유재산 개념의 땅문서가 중요해진 것은 일제 강점기 토지조사사업과 관련이 깊다. 일본은 당시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설립해 조선의 토지를 수탈했다. 또 헐값에 사고팔기를 반복한 결과 회사는 사업 말미에 조선 경작지의 30%가량을 소유하게 됐다. 토지는 일본인들에게 팔렸고, 조선인들은 소작농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듯 아픈 토지의 역사를 뒤로 하고, 최근 남북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통일 후 토지 소유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웬 북한 사람이 찾아와 땅 문서를 내밀며 "이 땅은 원래 내 땅이었으니 돌려달라"고 하면 어쩌나 괜한 상상도 해본다.

그동안 남북은 서로의 토지에 대해 개별적으로 지적 측량 및 지적도 작성 등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완벽할 수 없고, 남북 간 규제 차이도 있어 이 같은 유형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 2011년 한 실향민이 북한 내 땅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 환송 처리했다. 그가 주장하는 자기 소유 토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북한은 우리나라와 달리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모든 부동산은 국가 소유다. 이에 우리정부도 기존 북한 내 토지 소유권을 바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대신 소액 보상으로 대체하거나 통일 후 국가가 일정기간 소유했다가 점차 사유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반대로 북한 주민이 우리나라 토지에 소유권을 주장해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6·25 전쟁 후 월남한 아버지가 새 가족을 꾸렸는데 북한에 남아있던 아들이 친자 확인 및 상속회복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 다만 남북주민상속특례법에 따라 상속 재산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해 토지 이용료 등을 북한 주민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땅을 원소유자에게 보상 또는 반환하는 데 대해 부정적 인식이 큰 것이 사실이다. 2014년 사단법인 한국국유부동산연구원에서 실시한 전문가집단 대상 설문조사 결과 북한 땅이든 남한 땅이든 원소유자를 인정하는 것에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은 "남북한 통일에 대비해 토지자산기구와 법 제도를 통합하기 위한 준비를 구체화하고, 재국유화를 위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