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가 기대되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회담 이후 확대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주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양국 이익에 도움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김 위원장도 “비핵화 의지 없으면 안왔다”고 말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두 정상의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하노이에는 이른바 ‘평화잔치’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터진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미국 정치스캔들과 인도·파키스탄 간 갈등 고조가 ‘하노이의 평화무드’를 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확대회담 시각이 예정보다 길어져 두 정상의 만찬이 돌연 취소된 것도 이 같은 우려에 힘을 싣는다. 일각에서는 실무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북·미 간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 ‘트럼프 옛 변호사’ 코언의 배신…“트럼프, 회담에서 불리한 입장 놓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 도착해 김 위원장을 만나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사이 미국 의회에서는 ‘정치 핵폭탄’이 터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코언을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사기꾼이며 협잡꾼”이라고 불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너서클 내 인물들을 성관계와 관련해 치명적인 주장들을 정치적으로 감추고, 대통령 선거운동에 있어 러시아와의 거래에 대한 거짓말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해킹을 통해 얻은 이메일을 공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좌 추적을 피하고자 코언 개인용 돈을 쓰도록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자신에게 준 개인수표 사본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며 “그가 흑인들에 대해 ‘너무나도 어리석어 결코 나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언의 증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코언은 거짓말과 사기 혐의로 대법원에 의해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는 트럼프와 관련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트럼프의 옛 변호사’였던 코언의 이날 증언은 미국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고, 주요 헤드라인은 코언의 이야기로 도배됐다. ‘한반도 비핵화’가 걸린 역사적인 2차 핵 담판보다 코언의 입을 주시한 것이다.

코언의 이번 증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높은 수위가 높은 코언의 증언에 신경이 곤두서는 등 피곤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나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 ‘나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北의 롤모델 ‘핵보유국’ 인도-파키스탄 충돌…"핵보유국 이틀간 대립은 처음"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충돌이 이번 하노이 회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그동안 핵을 보유한 이 두 국가를 자국의 이상적이고 궁극적 모델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또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충돌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서 세계의 관심이 북·미 정상이 아닌 인도와 파키스탄에 쏠렸다는 관측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인도-파키스탄 간 예기치 않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나라들이 분쟁을 벌이면 이렇게 된다는 ‘사례연구(case study)’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의 무력충돌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하는 하노이 회담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틀랜틱은 “만약 하노이 회담의 결과가 ‘핵보유국’ 북한과의 공존을 위한 위험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인도-파키스탄 분쟁은 (핵 보유 북한과의 공존 시) 지정학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그들이 미국으로부터 발하는 모델로 언급했고, 이를 과거 북한과 협상을 벌였던 전직 미국 관리들이 기억하고 있는 만큼 하노이 회담과 인도-파키스탄 충돌의 동시적 발생은 특히 놀랍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도-파키스탄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떨어지는 듯하다”며 “베트남에서 3000km 떨어진 핵보유국 인도-파키스탄의 긴장 국면이 고조된 가운데 북미 정상의 2차 정상회담이 진행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6일 인도 공군이 파키스탄을 공습하자 다음 날 파키스탄은 카슈미르에서 인도 공군기 2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1명을 생포했다. 앞서 양국은 카슈미르를 놓고 포격전을 벌인 적은 있다. 하지만 전투기를 동원해 대립한 것은 1971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핵무기 보유국끼리 이틀간 서로 공습을 주고받은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