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하이브리드角] 하노이 담판, 결국은 경제다
2019-02-27 18:28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막이 올랐다. 두 정상의 담판 결과를 예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북·미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합의하는 스몰 딜이든, 이보다 진전된 미디엄 딜, 전면적인 빅 딜이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순식간에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거나 당장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북한 핵개발이 지나온 길은 멀고 험했다. 비핵화의 길 역시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1차 북핵 위기)로 시작된 북핵 문제를 전략과 전술 개념에서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큰 틀과 계획이 전략이고, 전술은 그 방법과 수단이다. 북한에 핵 개발은 전략이 아닌 전술이며, 전략은 종국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돈으로 수렴한다.
1997년 5월 한 달 압록강-백두산-두만강으로 이어지는 중국·북한 국경선 1400㎞를 종주하며 북한의 식량난을 취재했다. 전 세계 언론 중 처음이었다. 탈북자를 포함해 수시로 중국을 드나드는 상당수 북한 주민들을 만났다. 100만여명이 굶어 죽었던 ‘고난의 행군’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접경지 북한 주민들은 폭 좁은 강을 여름에는 헤엄쳐, 겨울에는 걸어서 수시로 중국을 오갔다. 이들은 자신들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중국인들에게 품과 몸을 팔고 먹을 것을 찾았다. 오로지 살기 위해. 생전 처음 만난 남한 기자에게 그들은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을 마구 욕했다. 꽃제비(굶주림에 버려진 고아를 뜻하는 북한말)를 만든 지도자는 필요 없다고. 이런 민심을 김정일이 몰랐을 리 없었다.
다시 10년 새 김정일은 죽고 김정은이 뒤를 이었다. 핵 개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북한은 벼랑 끝 전술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는 전략을 위해 꺼내든 핵 미사일 전술, 아버지의 유훈(遺訓)을 김정은은 더 대담하게 실행에 옮겼다. 2017년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었던 최악의 위기 이후 2018년 신년사부터 김정은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 경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 한반도 평화의 첫 장을 열었다. 이제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개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미국의 국익을 위한 업적으로 내세우며 2020년 대선 승리를 갈망한다. 그는 북한 경제를 살릴 돈을 원하는 김정은과 서로 전략적으로 주고 받을 게 꽤 많다. 전술이 아닌 전략, 결국은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