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북미회담 낙관하는 외국인 투자자
2019-02-24 18:08
우리 주식시장이 오른다는 쪽에 돈을 거는 건 외국인 투자자뿐이다. 발을 빼는 개인 투자자나 지켜보기만 하는 기관 투자자와는 다른 계산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중 무역협상과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판이한 시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22일까지 코스피에서 4조53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대로 개인은 3조8600억원을 팔았다. 기관은 8400억원가량만 내놓으면서 사실상 관망했다.
◆외국인 이탈 가능성 열어 둬야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자산 축소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며 "덕분에 주요국 주식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끊임없이 우리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두 자릿수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코스피는 새해 들어서만 2041.04에서 2230.50으로 9.28% 뛰었다. 약 4개월 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숨은 악재 'MSCI' 부상 가능성
미·중 무역협상이나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돼온 경로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도리어 숨은 악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정이 주식시장 수급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MSCI는 오는 28일 신흥국지수를 조정하면서 중국 주식 비중을 추가로 확대할지 결정한다. 늘리기로 한다면 오는 8월부터 중국 비중이 0.7%에서 2.8%로 증가한다.
반대로 우리나라 비중은 14.8%에서 14.0%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MSCI를 추종하는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금 이탈 규모는 적게는 2조원, 많게는 10조원까지도 잡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협상이 또다시 시장을 흔들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얼마 전 '빅 딜'보다는 '스몰 딜'에 무게를 두었다. 그래도 한동안 제자리걸음하던 북·미 대화가 다시 속도를 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신을 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미국은 북·미 연락사무소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단계적인 비핵화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보다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1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 남북경협주가 반락했던 선례가 있다. 핵폐기가 얼마나 빠르게, 구체적으로 진행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미·중 무역분쟁 휴전시한을 늘리기로 했다.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만큼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