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강제냐 자의냐....'조성길 딸 북송논란' 북미회담 변수로?

2019-02-22 08:27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잠적…딸만 북한행
북한 "딸 의사 존중했다" vs 외교통 "아니다"…인권문제 비화 조짐

잠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11월 서방으로 망명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미성년자 딸이 북송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이 조 전 대사대리를 압박하기 위해 장애가 있는 그의 딸을 강제로 송환했다는 주장이 나와 인권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나온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20일 오후(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 측이 지난해 12월 5일 통지문을 보내와 조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11월 10일에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스스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한다. 북한에 그의 조부모가 있기 때문에 잠적한 부모 대신 조부모와 함께 지내기 위해서다.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 의사에 따라 대사관 여성 직원이 동행해 북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강제송환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 언론과 한국 정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주장 등을 종합하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강제로 평양으로 북송됐을 확률도 있다. 현재로서는 귀임 통보를 받은 조 전 대사대리가 대사관에서 이탈하는 등 이상조짐을 보이자 북한 당국에서 조직을 급파했고, 그로인해 딸이 탈출에 실패했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독려했던 태 전 공사는 "한달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추적한 결과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이미 북한에 압송됐다는 소실을 들었다"면서 "북한에서는 탈북민이 한국으로 오면 가족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서 조용히 살면 처벌수위를 낮춘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조 전 대사대리를 압박할 용도로 장애가 있던 그의 딸을 북송했을 가능성이 나오면서 국제사회 내 북한 인권 문제도 부각될 조짐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이 북한 내 인권 문제를 대북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이탈리아 언론들은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 말을 인용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장애가 있어 부모와 함께 동행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북한인권단체 및 전문가들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한은 국가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적이탈이나 망명 등을 심각한 체제위협으로 본다"면서 "탈북민을 압박하기 위해 그의 가족을 볼모로 삼았던 과거의 행태를 볼 때 조 전 대사대리의 딸도 얼마든지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관련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미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공식대응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