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관광도 ‘메이크업’이 필요하다
2019-02-22 05:22
바야흐로 ‘스토리 시대’다. 색다른 이야기는 개개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를 형성해 대중을 끌어당긴다. 음식이든 상품이든 이제 스토리가 없으면 소비자에게 팔리지 않는다. 특히 관광산업에서 스토리텔링은 아내의 메이크업과 같은 힘을 가졌다.
메이크업과 스토리텔링은 본연의 매력을 끌어올려 대상을 돋보이도록 만들어주며 흥미를 자극한다. 영국은 ‘셜록홈스’의 배경인 런던에 소설 속 홈스의 자택인 ‘베이커가 221B’ 건물을 조성했고, 이탈리아의 베로나도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광 자원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런 곳은 이미 대중의 흥미가 충족된 상태이기 때문에 메이크업(스토리텔링)이 비교적 수월하다. 그렇다면 흥미가 부족한 지역 관광지는 어떻게 메이크업을 해야 할까?
첫째는 기존 베이스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다. 전남 목포 사례를 보자. 항구도시 외에는 별반 경쟁력이 없던 목포는 올초 한 국회의원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통해 주목받았다. 만약 이 사건이 ‘재개발지역’ 같은 키워드로 매스컴에 보도됐다면 단순 사회적 이슈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목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설립된 근대건축물 지역을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진행 중이었고, 이 사건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지난 설 연휴에만 1만명 이상이 다녀간 이른바 ‘힙 플레이스’가 됐다.
전국 곳곳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관광 스토리텔링의 일례다. 순천의 신생 관광 명소로 주목받은 ‘청춘창고’는 본래 버려진 창고였으나 청년들의 사업장으로 활용되며 현재는 순천 청춘의 개성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젊은 공간으로 훌륭하게 재탄생했다. 군산시 또한 낙후된 가옥을 근대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관광객만 200만명이 증가했다.
둘째는 가공이다. 평범한 외모라도 개성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으로 눈에 띌 수 있다. 2018년 개장한 원주 소금산의 출렁다리는 암벽 봉우리에 다리를 하나 설치하는 것으로 개장 1년 만에 186만명이 다녀갔다. 강원 평창의 의야지 마을은 대관령의 초원을 배경 삼아 웨딩 촬영을 하는 커플이 늘자, 아예 의상과 소품 등을 대여해주는 ‘셀프 웨딩 촬영’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만 7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기존 시설이나 서비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스토리텔링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도 있다. 사회적기업 어반플레이의 경우 지역의 풍경, 매장, 사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수집해 지역만의 특색을 담은 관광 자원으로 가공해준다. 이로써 그 지역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얻게 되고 관광객은 즐거움을 더하게 된다. 숙박업체인 플레이스는 인근 지역 맛집, 축제, 체험 등의 액티비티를 큐레이션해 상품과 함께 제공해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과 상생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정선, 태백, 영월, 삼척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정태영삼’이라는 브랜드로 테마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소중한 사람’, ‘추억’이라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양한 타깃의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고 타깃층별로 큐레이션한 상품을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패키지화했다. ‘강원곳간’이라는 브랜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강원도 내수경제 활성을 위한 관광 스토리텔링도 고민 중이다.
지역 관광의 성공은 다양한 파급력을 얻는다. 지역 경제는 이익을 얻게 되고 국가는 내수경제 성장, 관광산업의 경쟁력과 이미지 제고의 효과를 얻는다. 관광객은 개인적 만족을 충족하고, 기업인은 수익을 얻는다.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