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미국, 北 하늘길 개방 ICAO 지원에 제동"

2019-02-18 15:49
"2차 북미 회담 앞두고 나온 일종의 '협상 전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하늘길 개방을 위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지원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려는 일종의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CAO는 그동안 192개 회원국과 함께 한반도 영공을 통과할 수 있는 노선을 포함, 새로운 항로 개설 등 북한 항공 시스템 개선 준비를 해왔다. 북한이 작년 ICAO에 새로운 항로 개설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또 미국이 만든 항공지도 접근 권한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ICAO는 북한의 민·군 항공 직원들을 상대로 교육 훈련을 주도하고 북한이 항공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미국 정부의 제한 방침에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국제항로 개설 자체를 반대한 것인지, 항로 개설 작업이 무산된 것인지 등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치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촉구하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고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그간 미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대북 압박을 지속해왔다.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는 일부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도, 북한이 비핵화에 전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 집행을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2017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소수 도시를 오가는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의 자산 동결을 제안했지만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북한은 독일,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등 국제노선을 운영해왔지만 안보리의 제재 이후 항공 노선을 대폭 축소했다. 북한은 항로 개선을 통해 항공 산업 부활과 함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이 외국 항공사들에 영공을 재개방하는 작업에 집중해온 이유다. 

또 국제 항공사 입장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북미 간 일부 노선에서 연료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항공 컨설팅 기관인 CAPA(Centre for Aviation)는 북한에 대한 영공 제재 해제의 최대 수혜자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한국 항공사를 꼽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둔 ICAO는 정부에 구속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회원국의 승인을 통한 안전 및 보안 표준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번 보도가 나온 데 대해 ICAO와 미국 국무부, 뉴욕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등은 외교 문제를 들어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때까지 모든 수단과 장려책을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ICAO의 북한 항공 프로그램 지원을 단념시킨 것"이라며 "북한이 보상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할 때까지 미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철저히 손에 쥐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