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등 경제 호재 잇따라...베트남, 올해 제2 도이머이 맞나

2019-02-14 06:24
2006년 하노이서 APEC 개최한 뒤 경제 성장 급증
북미 회담 계기로 경제특수·평화 수호 이미지 기대

지난 1월 2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 국기 판매 매장에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지가 베트남 하노이로 확정되면서 베트남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베트남 경제가 북한 경제 개발의 선행 모델로 꼽히는 데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덕이다. 이미 몇 차례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탁월한 경제 효과를 맛봤던 베트남으로서도 이번 회담을 통해 또 다른 성장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EC 개최 이후 경제 2배 성장"··· 평화 수호 이미지 '덤'

베트남은 2006년 하노이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경제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Đổi Mới·쇄신)' 정책을 도입한 뒤 정확히 20년 만에 국제 행사 유치전에 성공한 셈이다. 효과는 대단했다. 베트남의 경제지표가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APEC 행사 직후인 2006년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은 660억 달러(약 74조982억원)로 1996년(250억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1996년 310달러에서 2006년 760달러로 급증했다.

당시만 해도 순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아직 24억 달러를 밑도는 수준이었지만 베트남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 적극 나서면서 국제 감각을 키웠다. 그 결과 2016년에는 GDP가 2006년 대비 3배가 넘는 2030억 달러로 늘었다. 2015년 기준 FDI는 2006년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난 118억 달러에 달했다.

APEC 유치로 재미를 본 베트남은 국제사회와 본격적인 손잡기에 나선다. 2017년 다낭에서 두 번째 APEC 행사를 유치했고, 오는 11월에는 하노이 등 전역에서 제18회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베트남 정부가 지속적으로 2차 북·미 회담 유치에 공을 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북·미 회담은 경제적 특수뿐만 아니라 '평화 수호' 이미지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에 실리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싱가포르 회담에서 도출하지 못했던 북·미 간 평화협상과 종전선언이 이번 회담에서 '하노이 선언'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한반도와 아시아 문제에 정통한 미 국부무 자문 출신 존 배리 코치 박사는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내전으로 인한 분단과 통일 과정을 거쳐 번영을 이룬 베트남의 역사가 북한의 핵개발 중지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새로운 안보 규칙에도 교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경제 선행 모델"··· 남중국해 유전 신규 개발에 즐거운 비명 

외신들은 베트남이 북한 경제의 선행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대한 상응조치로 경제적 번영이라는 당근을 꺼내든 상황에서 사회주의 체제 아래 경제 개혁을 이끌어냈던 베트남 경제가 북한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1980년대만 하더라도 베트남과 북한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국가 주도 정책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상당한 경제적 충격에 직면했다"며 "그러나 경제 개혁에 도전한 베트남은 1995년을 기점으로 북한 경제와 현저한 격차를 벌려 나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2년 신년 연설에서 북한 주민의 경제 생활 개선을 강조할 정도로 경제 개혁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북한에 있어 베트남 경제 모델이 북·미 협상 이후 국제사회와의 경제·안보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베트남의 에너지 정책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러시아의 합작 벤처 기업인 베트소브페트로(Vietsovpetro)가 남중국해 인근에서 새로운 유전을 개발, 본격적인 원유 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초 베트남은 도이머이 정책이 시행된 1986년 남부 바리아붕따우 지역에 있는 박호(Bach ho)에서 유전 개발을 시작, 아시아의 선도적인 석유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을 정점으로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자 신규 유전 탐사에 나섰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번번이 가로막히면서 다수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산하 주간지인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개발된 유전의 일일 생산량은 230배럴을 상회할 전망이다. 2032년까지 10억 달러 상당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도이머이 정책 33주년을 맞는 올해를 제2의 도이머이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