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없는 IPO 시장 되풀이 우려

2019-02-14 18:45

[사진=베트남비즈]


기업공개(IPO) 대어는 상반기 안에 보기 어렵겠다. 1년 전과 달라지는 게 없다는 얘기다. 기대를 모아온 수조원짜리 대어급 상장은 연달아 미루어질 것으로 보이고, 작은 회사만 그나마 IPO 수요예측에 성공하고 있다.

◆공모액 1000억대도 보기 어려워

새해 들어서는 공모액이 1000억원을 넘기는 곳조차 안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월까지 수요예측을 마친 웹케시와 노랑풍선, 이노테라피, 천보, 셀리드 5곳이 기록한 공모액 평균은 369억원에 그쳤다. 공모액이 가장 많았던 천보 역시 875억원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다. 이어 셀리드(396억원)와 웹케시(252억원), 노랑풍선(200억원), 이노테라피(121억원) 순으로 공모액이 컸다.

그래도 5개사 가운데 4곳(웹케시·노랑풍선·천보·셀리드)은 희망범위 상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청약경쟁률도 1000대 1을 넘나들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제각기 8%와 10% 가까이 뛴 영향이 컸다. 미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미·중 무역협상도 우려에 비해서는 잘 진행돼왔다.

회사별 공모가를 보면 천보가 4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셀리드와 웹케시는 각각 3만3000원과 2만6000원, 노랑풍선은 2만원이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예측이 견고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대형급 기업이 늘어나면서 공모액도 차츰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전처럼 작은 새내기주만 넘치나

공모 예상액만 2조원대인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미룰 공산이 커졌다. 현대오일뱅크가 1월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일부 지분을 팔기로 해서다. 역시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삼았던 대어인 바디프랜드도 박상현 대표가 형사입건돼 IPO 일정을 점치기 어려워졌다. 툴젠과 로보쓰리도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철회했다.

1년 전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IPO 기업 수만 보면 2018년 77곳으로 전년 대비 약 24%(15곳) 늘었다. 반대로 공모액은 2조6000억원으로 67%가량(5조2000억원) 줄었다. 공모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코스닥 IPO가 전체에서 약 91%(70곳)를 차지해서다. 코스피 IPO가 7곳에 그치는 바람에 전체적인 공모액은 크게 뒷걸음쳤다.

같은 해 IPO를 실시한 회사 가운데 공모액이 500억원 이상인 곳도 13%(10곳)밖에 안 됐다. 가장 컸던 곳인 애경산업조차 1979억원으로 2000억원을 밑돌았다. 대어로 불려온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가 줄지어 상장을 미루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 IPO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하반기 들어 교보생명과 호텔롯데가 상장을 가시화해야 본격적으로 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