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오스트리아…127년 역사의 파트너

2019-02-14 00:14

신동익 주(駐)오스트리아 대사 [사진=외교부 제공]


세계 최연소(33세) 지도자이자 타임지가 2년 연속 선정한 세계 차세대 지도자인 세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오스트리아 총리가 14~15일 공식 방한한다.
 
쿠르츠 총리는 오스트리아 최연소 외교장관을 거쳐 2017년 국민당(ÖVP) 대표로서 총선에서 승리하고 총리로 취임했다. 현재 쿠르츠 총리는 극우정당과의 연정에 따른 국내외 우려를 불식시키며, 안정된 국정 운영과 3%대의 견실한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정치인 신뢰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15년 외교장관으로서 이란 핵합의(JCPOA)를 성사시키기 위해 빈 협상을 주선한 데 이어, 2018년 하반기에는 유럽연합(EU) 의장국을 성공적으로 수임함으로써 국제적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젊은 총리의 겸손한 리더십도 폭넓은 인기의 주요 요소다. 비행기는 가급적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늘 경청하는 자세를 취한다. 작년 5월 이낙연 국무총리의 오스트리아 방문 당시, 쿠르츠 총리가 이낙연 총리의 찻잔을 직접 들어주고 공손히 의자를 빼주던 모습은 필자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차세대를 대표하는 지도자답게 금번 방한 시 쿠르츠 총리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 협력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실질협력이다. 쿠르츠 총리는 한국의 전자정부, 이동통신 서비스 등에 관심을 보이며 외교장관 시절부터 ICT 강국인 한국 방문을 희망해왔다.
 
흔히 오스트리아를 생각할 때 모차르트와 클림트, 그리고 아름다운 알프스 산맥을 떠올린다. 또한 오스트리아가 우리나라 초대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모국이며, 소록도에서 한센병 치료에 평생을 바친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고향이라는 사실은 양국의 남다른 인연을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오스트리아는 미래의 경제 협력 파트너이자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로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스트리아는 기초과학 선진국으로 과학 분야에서만 노벨상 수상자 16명을 배출했고 200개 이상의 히든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미래 성장 엔진으로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도모하고 ICT와 생명과학, 재생 에너지 분야의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자 한국 등 ICT 분야 선도 국가들과의 협력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같이 오스트리아의 기술 혁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만큼 미래형 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진다. 한국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SDI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 회사(MSBS)를 인수한 데 이어, LG가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동차용 헤드램프 제조회사(ZKW)를 인수했다. 양국 간 무역에서 제1위 수출품이자 수입품은 공히 자동차이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는 오스트리아 시장에서 8%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된 BMW 미니와 Benz G-Class의 한국 수출도 최근 크게 증가햤다. 자동차 분야 등에서의 호혜적 협력의 결과, 2018년도 양국 간 교역액은 사상 최고치(약 29억 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제1,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오스트리아는 역사적 상처를 극복하고 정치·사회적 통합과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과제를 꾸준히 실천한 결과, 오늘날 국민소득 5만 달러의 선진 복지국가를 이룩했다. 한편, 오스트리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 핵실험금지기구(CTBTO),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등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중립국가로서 외교를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쿠르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렇듯 오스트리아는 경제 혁신과 평화를 위한 훌륭한 파트너다. 쿠르츠 총리의 이번 방한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 지향적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