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유현준 건축가가 말하는 도시의 아름다움
2019-02-14 15:34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 입니다.
여러분 혹시 도시가 사람을 닮아간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당연히 사람이 만드니까 사람을 닮아가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그렇다면 사람을 닮아간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이번 인터뷰는 <알쓸신잡>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던 유현준 건축가의 도시에 대한 인터뷰입니다.
A. 일단은 건축이나 도시 모두 사람들이 만드는 거잖아요. 특히나 건축물은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에서 동의가 됐을 때에만 지어질 수 있는 게 건축물이예요. 건물주의 돈도 들어가고, 은행이 대출도 해줄 수 있고, 관공서에서 허가를 내줘야 되고, 그래서 많은 시공자들이 노동력을 쏟아야 하는 거고 건축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한 사회에서 여러 종류 구성원들의 의견과 생각이 합쳐진 것들의 결과물이 건축물인데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람을 닮을 수밖에 없어요.
Q. 도시가 사람을 닮아가는 것처럼 사람이 도시를 닮아가는 경우도 많이 있나요?
A. 그럼요. 우리가 대체적으로 태어나게 되면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환경 속에서 태어나게 되는 건데 사실 내가 가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나지만 집안의 분위기나 그 집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항상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Q. 유현준 건축가가 생각하기에 도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도시의 아름다움은 서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면서 화목하게 살 때 진정한 도시의 장점과 아름다움이 드러난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농경 사회나 수렵 채집의 시기에 있을 때에는 인구밀도가 낮았는데 이 때는 사람이 뿔뿔이 흩어져서 살았어요. 도시는 단위 면적당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양한 배경, 직업, 성격, 인종의 차이. 종교의 차이 이런 것들이 생겨요.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나타나는 안 좋은 점은 여러 갈등이 생기는 거고, 좋은 점은 시너지 효과들이 생기는 거예요. 갈등은 줄이고 시너지 효과는 키우는 쪽으로 잘 화합을 이루게 하는 것 그럴 때 도시가 진정히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Q. 사진 그리고 패션 등 다양한 것에서 복고풍 열풍이 불고 있는데 건축에서는 항상 미래지향적인 건물 그리고 도시들을 만들려고 하는데 건축에 있어서 복고풍이 일어날 확률도 높다고 생각하시나요?
A. 실제로 복고풍이 일어난다고 생각을 해요. 카페 같은 곳에 가서 보면 레트로스타일이라고 해서 옛날 산업시대의 공장건물 느낌이 나도록 매끄럽게 포장을 하거나 마감제를 바르지 않고 옛날에 기계로 만들던 공장 느낌 그대로를 살려서 인테리어를 해요.
익선동 같은 곳에 가서 보면 옛날에 60~70년대에 볼 수 있었던 단층짜리 건물과 마당과 자동차가 못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 같은 곳들도 찾아가는데 그런 것들이 복고풍의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Q. 건축물을 보면 대부분 사각형 구조인 경우가 많은데 큰 이유가 있나요?
A. 모든 건축물들이 철근콘크리트나 철근 구조로 되어 있는데 재료 상으로 보면 기둥이 올라가고 보가 지나가는 구조를 띄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사각형 구조로 만들어지게 돼 있어요.
Q. 미적 기준, 즉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해서 유현준 건축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미적 기준에서 아름다운 것이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네모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세모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할텐데 그래서 저는 가치관이 그런 직관적인 판단에 있다고 보지 않고 대신에 얼마나 사람들을 더 화목하게 하는가가 저에게는 가치판단의 기준이에요.
사람들끼리의 관계를 어떻게 잘 아름답게 조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그런 것들을 잘하는 건축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건축들이 아름다운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Q. 유현준 건축가의 삶을 건축과 비교한다면 지금 현재 어떠한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이제 제 생각과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되고 그게 세상과 소통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 중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제가 갖고 있는 이런 생각들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면 그것들이 건축물로 나타나겠죠.
“저 사람 생각이 괜찮은 거 같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본인의 돈도 쓰고 정책입안자들이 그 아이디어들을 채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Q. 유현준 건축가를 얘기하면 미래 도시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앞으로 미래도시의 건축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떠한 건축물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A. 사실 제가 미래를 만드는 건축가라고 하는데 그게 정확하게 저를 표현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오히려 저를 표현하는 말은 ‘세상을 화목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건축가’ 혹은 ‘인간을 이해하는 건축가’ 그게 더 맞은 표현인 거 같고 근데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화목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만 그런 사람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보다면 미래를 만드는 건축가도 맞는 말인 거 같고요.
저는 미래를 만드는 도시나 건축이 반드시 기술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쪽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도시가 변화되는 것도 있을 거고 또 다른 측면으로는 도시는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에 많이 모여 사는 사람들끼리의 관계와 여러 가지 인간의 문제와 집단의식, 갈등, 이기적인 마음 등 이런 것들 섞여나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도시의 팩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말씀드렸는데 첫 번째는 인간의 기술 그리고 두 번째는 인간의 본능에 관련된 부분이에요. 기술과 본능이 합쳐져서 새로운 미래도시를 만들고 그런 부분들이 예측 불가능한 부분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만 예측하면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예측 가능해요. 예를 들어서 “철근 콘크리트로 짓던 방식에서 3D프린터로 건물을 지을 것이다.” 공사를 3D프린터로 하면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킬 거예요.
또 하나의 측면에서는 빨리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도시 재개발과 같이 기간이 오래 걸리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어요.
왜냐면 지금은 3년 정도 걸리는 공사라고 하면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훨씬 증가하면서 3년 동안의 은행 이자를 내야 되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에 대한 문제든 오로지 집값으로 오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면 훨씬 더 싸게 지을 수도 있겠죠. 그런 부분이 지금까지 우리의 돈 들어가는 계산과는 다른 것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Q. 2020년 완공 예정인 가우디가 설계한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경우 130년 이상의 건축 기간이 걸렸는데 그렇게 오래 걸렸던 이유와 오래 걸렸던 사례들이 있나요?
A. 옛날에 지어진 건축들은 사실 대부분 다 그래요. 노트르담 성당 같은 경우에도 200년 이상 걸렸는데 그런 것들이 비일비재해요.
옛날에 지어진 돌로 만들어진 건축물들의 경우에 100년 이상 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했고 콜로세움 같은 경우에는 아주 빨리 지어서 십여 년만에 지었던 그런 기록도 있는데, 실제로 큰 돔(지붕)이 만들어지는 건축물들의 경우 과거에는 상당히 만드는 게 어려웠기 때문에 오래 걸렸습니다.
Q. 최근 남북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만약 공동 건축작업이 이루어진다면 어떠한 건축물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라시나요?
A. 북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50~60년대 우리나라 최저 수준의 주거보다 못한 곳에 사람들이 살 거라고 생각하고, 3천만명 정도 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주거를 빨리 해결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알기로는 북한사람들은 지역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데 새로운 형태의 마을을 만들 필요가 있고 분명히 그곳에 자유의 물결이 들어서게 되면 우리나라의 60~70년대처럼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이동할 거예요.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인구가 평양이나 신의주와 같은 곳으로 몰려들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곳에 급속하게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집들이 필요해지고 학교도 필요해지고 공원도 필요하고 많은 것들이 필요해질 거예요.
근데 그걸 우리나라가 했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해서 판교 신도시나 세종시와 같은 방식으로 지으면 안 된다고 보고 그 과정을 뛰어 넘는 새로운 형태의 21세기에 맞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잘못된 건축의 사례나 신도시의 사례들이 있나요?
A. 일단 대한민국에는 많다고 봐야죠. 뭐 하나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토타입을 똑같은 걸 계속해서 똑같이 만들어낸다는 것이 문제예요.
예를 들어서 세종시에 지어진 아파트단지나 강남에 지어진 아파트단지나 인천 송도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나 다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저는 그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그런 건축물들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다양성이 늘어나는 쪽으로 변화를 해야죠. 지금은 나의 집이 다양한 형태가 아니라 다 획일화 돼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꾸 집의 가치를 집값으로만 판단을 내려요.
예를 들어 내 집이 얼마짜리이고 몇 평짜리인가를 정량화 된 지표로만 자기의 가치판단을 내세우거든요. 그래서 그게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Q. 한국의 건축물들이 ‘예술성이 아닌 용적률만 강조하는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일단은 다양성을 키워가는 쪽으로 가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까지 바뀌어야 되는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모두가 비슷한 모양의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집값만 따지잖아요?
그런 걸 탈피하려면 다양성이 나와야 되는데 다양성을 일으키려면 자본주의에서 다양성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치체계가 바뀌어야 돼요.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가격 책정 방식이 바뀌어야 되는데 우리는 집값을 매길 때 자꾸 실내 면적으로만 매겨요. 그러니까 천정부가 높거나 복층으로 되어있는 다양한 구조로는 안 만드는 거예요.
실제로 3m 높이의 천정부의 집이 2.5m 높이의 천정부의 집보다 훨씬 좋잖아요. 근데 2.5m밖에 안 만들어요. 이유는 3m로 만들어봤자 똑같은 30평으로 밖에 평가를 못 받기 때문에 그래요.
당연히 부동산 개발업자 입장에서는 30평 아파트를 지을 때 3m 천정부를 만들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부동산 가격을 면적 중심보다는 최적으로 카운트를 하게 해줘야 돼요.
전체 최적의 볼륨으로 해서 부동산 가격을 매길 수 있게 해주고, 또 하나는 테라스 같은 바깥 공간. 즉, 내가 쓸 수 있는 야외공간도 지금은 분양 면적에 포함이 안 되어 있고 실내 면적만 측정을 해요.
그러니까 야외의 내가 쓸 수 있는 야외의 테라스 공간 같은 곳도 부동산 가격에 반영을 시킬 수 있게 해주면 저는 여러 건설업자들이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 거 같아요.
그렇게 되면 그거에 맞춰서 건축 법규도 바뀌어야 되고 건폐율 용적률을 계산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되고 인센티브도 줘야 되고 그러면 다양성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나만의 가치를 가진 집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 혹시 이번 유현준 건축가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머무르기 위한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곳들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제부터라도 공간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건강은 물론이고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