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급감 보험사, 배당은 그대로?

2019-02-13 06:30
순이익 21.52% 줄었는데 배당금총액 11% 감소에 그쳐

[사진=각 보험사]


지난해 대다수 상장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순익 감소폭만큼 배당은 축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보다 장사를 못했지만 주주 이익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상장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실적을 공시한 상장 보험사 4곳(오렌지라이프,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4585억원으로 2017년 1조8584억원 대비 21.52% 줄었다.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이 가장 크게(39%) 줄었고 현대해상과 DB손보, 오렌지라이프도 10~20% 가량 순이익이 줄었다.

반면 배당액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같은 기간 4개 보험사의 배당금총액 합계는 5865억원에서 5216억원으로 11.07%(649억원) 감소에 그쳤다. 감소폭만 보면 순이익 감소폭(21.52%)의 절반도 안되는 격이다.

당기순이익은 크게 줄었지만 배당액은 조금밖에 줄어들지 않은 탓에 전체적인 배당 성향도 상향조정됐다. 오렌지라이프의 배당성향은 57.84%에서 68.49%로 10.65%포인트 상향 조정됐고, 메리츠화재와 DB손보의 배당성향도 소폭 올랐다. 배당성향이 줄어든 곳은 현대해상 밖에 없었다.

사실 배당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최근 보험업계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건전성 규제 강화로 사활이 걸린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35% 가량이나 배당하기보다는 내부 유보를 확대해 건전성 규제에 대응할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금융감독 당국도 보험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해달라며 사실상 배당을 확대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배당 자체는 회사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배당이 과도하면 회사의 건전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 보험사들은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주주들은 오히려 배당을 늘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순이익이 줄어든 만큼 배당금총액을 낮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