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킹덤' 배두나 "연기력 논란? 기대치 낮아졌으니 잘할 일만 남았다"
2019-02-14 07:00
이후 영화 '매트릭스'로 잘 알려진 워쇼스키 자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2011) 손미 역,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2018)까지 함께하며 국내외는 물론 브라운관·스크린 등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을 펼쳤다.
놀라운 건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대범하게 매체와 작품, 캐릭터를 오갔으나 그럴수록 배두나의 '색채'는 더욱 강해졌다는 점이다. 도전하면 할수록 배두나는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고 "오직 배두나만이 가능한" 인물들을 탄생시키곤 했다.
이는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극본 김은희·감독 김성훈)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주지훈 분)가 향한 조선의 끝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담은 '킹덤'은 국내 드라마로는 최초로 '오리지널' 넷플릭스 드라마.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방식으로 지난 1월 26일 6편으로 구성된 시즌1이 한꺼번에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저는 이미 '센스8'을 경험해봐서 '킹덤' 공개 날도 그리 놀랍지는 않았어요. 아마 다른 배우들보다 익숙했을 거예요. 제가 느낀 넷플릭스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드라마와 영화의 중간 지점이라고 할까요? 몰아서 보는 재미, 쪼개서 보는 재미가 따로 있죠."
영화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에 신뢰감을 쌓은 해외 시청자들은 '좀비'와 '사극 콘텐츠'와 결합한 드라마 '킹덤'에 열광했다. 배두나는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 주변 친구들의 반응을 전달하며 '킹덤'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센스8'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나본 경험이 있지만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사극 콘텐츠를 외국에 선보인다"니. 기대와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데뷔한 지 20년이 됐는데도 사극 제안을 받아 본 적이 없어요. 들어온 적이 없으니 (출연을) 고려해본 적도 없죠! '킹덤'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도 얼마나 놀랐게요. 영화 '터널'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성훈 감독님이 '킹덤'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모니터링을 부탁했었거든요. 그냥 재밌게 읽기만 했는데 제게 '서비 역을 해보겠냐'고 하시는 거예요. '네? 제가 사극을요? 아니, 내가 쪽을 진다고?' 하하하."
배두나는 서비 캐릭터를 앞두고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 역할을 맡으면 얼마나 낯설까?" 의문이 드는 순간 오히려 모험심이 솟구쳤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사극을 해볼 수 있을까?" 그는 배우로서 미래를 위해 '킹덤' 출연을 결정했다.
"해보지 않았던 것도 해봐야죠. 무엇보다 제가 '킹덤'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분량이 적다는 것도 큰 이유였어요. 만약 '도전'하는 입장에서 제가 드라마를 끌어가야 한다면 자신이 없거든요. 서비는 시즌1의 '히든카드'예요. 저는 뭐든 빨리 흡수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분량이 작을 때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을 잡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분명 시즌을 거듭할수록 캐릭터도 확장할 테니까요."
"저는 예상했었어요. 연기력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요. 그걸 알고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거고요. 사실 원래도 '호오'가 갈리는 연기를 하잖아요. 저는 제 눈을 보면 다 안다고 생각해서 표현을 덜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관객이 생각하는 여지를 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매뉴얼이 있는 '사극'에서 제 연기 스타일이 논란을 부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당연해요.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로는 '이게 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될 거다'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동시에 얼른 시즌2를 찍고 싶어졌어요. 더 설레요! 기대치가 낮아졌으니 이제 잘할 일만 남은 거죠."
시청자들의 반응을 수용하고 이해하되 "멘탈이 무너지지는 않았다"고. 그는 오랜 작품 활동으로 단련된 강한 정신력을 자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 연기에 만족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도 가려서 들을 건 가려서 듣죠. '아, 이런 반응도 있구나' 참고하되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아요. 반응들을 웃으며 볼 정도는 돼요. 그런 걸 보면서 '아, 내가 정말 멘탈이 세구나' 깨닫죠. 제 연기를 두고 냉정하게 도마에 올리고, 난도질하는 건 오히려 저예요. 본능적으로 제 멘탈은 제가 알아서 관리하나 봐요."
영화 '터널' 이후 재회한 김성훈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배두나는 "선비 같은 얼굴로 끝까지 몰고 가는 사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터널'을 찍었을 때 생각했죠. '김성훈 감독님께 충성을 다해야겠다'고요. 하하하. 한 신만 찍는다고 부르셔도 꼭 가겠다고 말이에요. 데뷔한 지 오래되니까 감독님들이 제게 '디렉션'을 안 줄 때가 많아요. 저를 너무 믿는다고 할까, 디렉션 주는 걸 무례하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저는 오히려 그게 너무 힘들거든요. 그런데 김 감독님은 그런 게 없어요. 나올 때까지 요구하고 찍고 또 찍으세요. 믿음직했고 든든했죠."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는 시나리오를 쓴 김은희 작가도 함께 언급하며 "또 충성해야 할 분이 늘었다"고 덧붙여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부탁하셨을 때, 이미 반했어요. 시나리오가 자신감이 느껴지고 세련되게 보였어요.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셨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는 배두나에게 '포기를 모르는 여자'라는 서비를 안겨주었다. 그는 서비의 키워드를 따라 그를 파헤치고 들여다보며 캐릭터를 심화시켰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간절하기 때문에 실마리를 찾는" 서비의 모습은 배두나의 고민과 간절함이 빚어낸 결과였다.
"조선 시대 배경이기 때문에 여성 역할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건 너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약초를 캐려고 들고 있던 호미로 좀비를 때려잡기 시작했죠. 하하하. 내 몸은 내가 지키는 캐릭터가 돼 다행이에요. '간절하면 뭐든 한다'는 설정에도 부합하는 거 같고요. 서비의 상징이 된 거 같아서 좋아요."
현재 '킹덤'은 시즌2를 확정,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원칙상 정확한 조회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으나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는 점은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저는 시즌2까지가 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시즌1에서 던진 '떡밥'이 시즌2에서 회수될 예정이거든요. 시나리오도 시즌2가 훨씬 더 재밌었어요. 많은 분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