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국제 레이더] 국왕 누이가 총리에 도전... 태국 총선정국에 '지각변동' 시작
2019-02-08 17:59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의 누나인 우본랏타나 공주가 2014년 군부 구테타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3.24 태국 총선에서 총리직에 도전한다. 그동안 왕실 가족이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던 전통이 무너지면서 태국의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우본랏타나(67) 공주는 구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타이 락사 차트당의 총리 후보로 8일 지명 됐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날 오전 태국 선관위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이날 친(親)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의 총리 후보 지명을 수락한다고 밝혀 우본랏타나 공주와 격돌이 예상된다.
태국 정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이번 왕실 인사의 총리 도전이 와치랄롱꼰 국왕의 재가를 받았는지 여부가 관심사이다. 우본랏타나 공주는 2016년 서거 이후에도 태국 국민의 존경을 받는 고(故)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네 자녀 중 장녀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유학 중 만난 미국인 피터 젠슨과 1972년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박탈 당했으나 1998년 이혼한 뒤 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왕실로부터 공주 칭호를 받았다. 열렬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도 많다. 또 왕실의 다른 형제자매들과는 달리 2006년 축출된 뒤 해외를 떠도는 탁신 전 총리 및 탁신의 여동생으로 역시 2014년 쿠데타로 실각한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군부 정권과 '탁신계' 정당 간 한판 승부가 예상되던 3월 24일 총선 구도에 엄청난 변수가 생겼다. 우본랏타나 공주의 도전이 태국 왕실의 뜻이라면 군부 정권 수장인 쁘라윳 총리의 재집권 기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1932년 이후 입헌 군주제를 도입하고 있는 태국에서 왕실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태국 정치는 지각 변동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