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아이폰 역풍 맞은 애플…쿡 CEO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2019-01-30 16:03
아이폰 매출 15% 줄어…서비스 분야 등 매출 증가가 상쇄

중국 베이징의 애플 매장 밖에서 지난 1월 7일 행인이 휴대폰을 들고 무언가를 촬영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애플이 29일(현지시간) 2019 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실적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발표치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지난 2일 예고를 한 탓인지 '어닝쇼크'로 인한 주가 급락은 없었다. 애플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1.04% 하락한 154.68달러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 뒤인 시간 외 거래에서는 5% 넘게 올라 애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아이폰 고가전략 역풍…中 무역전쟁 보이콧 타격도 

애플의 1분기 매출은 843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시한 840억 달러와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의 예상치인 839억7000만 달러를 다소 웃도는 것이라고 CNBC가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4.5% 감소한 것이다.

애플이 예고한 것처럼 이번 실적 발표에서 중국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중국 내 매출은 13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억 달러나 줄어든 것이다. 

앞서 애플은 중국의 경기 둔화를 이유로 1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890억~930억에서 840억 달러로 5~9% 하향조정했다. 쿡 CEO는 당시 중국 내 아이폰 판매 감소가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이폰 매출은 519억8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했다. 시장 예상치는 526억7000만 달러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이폰의 가격 상승이 미국에서 수요 둔화를 불러왔다. 중국에서는 막강한 기능을 겸비한 다른 휴대폰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린 것이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AP통신 역시 애플의 고가전략이 역풍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지속된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플 제품 보이콧이 발생한 것도 매출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외신은 전했다. 

쿡 CEO는 이날 실적 발표 뒤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몇몇 국가에서 아이폰 가격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로 인해 일부 신흥국에서 아이폰 가격이 너무 비싸져 판매가 부진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로이터에 “1년 전 현지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해서 해당 지역의 매출을 늘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199억7000만 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미국 정부의 세제개혁으로 세 부담이 완화된 덕이다. 주당순이익(EPS)은 4.18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4.17달러를 다소 웃돌았다. 애플은 오는 3월 말 끝나는 2분기 매출이 550억~59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피니티브의 예상치는 558억3000만 달러다.

◆서비스 부문 매출 등이 아이폰 추락 상쇄

애플의 매출은 감소했지만, 아이폰 판매 감소폭보다는 크지 않았다. 수익원이 다양해진 덕이다. 애플뮤직, 애플페이, 아이클라우드 등을 망라하는 서비스 부문 매출은 109억 달러로 예상치인 108억7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9% 성장한 것이다. 

애플은 서비스 분야의 매출 증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등에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페이스타임 오류 등은 여전히 사생활 보호 부문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애플은 2020년까지 서비스 매출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맥 제품 매출은 74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 증가했으며 아이패드 매출 역시 67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17% 늘어났다.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된 웨어러블, 홈 기기, 액세서리 제품 군은 7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33% 증가세를 보였다.

쿡 CEO는 이날 낸 성명에서 "매출이 예상치를 밑도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애플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경영을 하고 있다. 이번 분기의 실적은 우리 사업이 확장성과 견고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